[지상 백일장] 딸들의 봉사/젊은 외할머니의 바람/눈 온 날/한 해를 보내며/해넘이/겨울비

입력 2012-12-28 07:58:57

♥수필1-딸들의 봉사

"엄마,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큰딸(고1)과 작은딸(중2)은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이면 봉사활동을 간다. 처음에는 작은딸이 자원봉사활동을 하다가 언니도 같이 따라나선 것이 처음 봉사활동의 시작이다. 경상감영공원에서 오전 9시 만나 각자 자기 파트별로 모여 경산 성락원으로 이동한다. 성락원은 장애인 시설로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1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외로움과 추위의 갈증 속에 웅크리고 지새우던 안타까운 이들에게 우리 딸들의 봉사는 따스한 온정이고 향기였다. 봉사는 삶의 일부분이지만 그 일부분이 때로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파장이 되기도 한다. 딸들이 가진 시간을 남을 위해 내어주고 서로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보람이고 감사할 일들인지 모른다.

아이들이 "언니"하며 부둥켜안고 "언제 와? 꼭 와야 돼." 어린 눈망울을 보면서 딸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제 셋째 주 일요일이면 온 식구가 분주하다. 아이들로부터 시작된 자원봉사가 우리 부부에게도 팔을 걷어붙이는 파장이 되었다. 'Let's Go!!'

임창숙(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필2-젊은 외할머니의 바람

타향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딸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다. 얼마 안 있어 잘 생긴 외손주가 태어났고 즐겁고 행복한 소식이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14개월 된 손주가 아침 일찍 집에서 오전엔 유아 방으로, 오후에는 베이비시터 집으로, 한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단다. 엄마를 보면 울음으로 엄마를 반긴단다. 딸의 말에 얼마나 안쓰럽던지.

어린 것이 이 추위에 엄마 퇴근을 기다리며 이 집 저 집 옮겨 다닐 것을 생각하니 도와주지 못하는 할머니가 죄인이 되는 듯하다. 엄마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날이 깜깜하기만 기다리며 울기도 하겠지. 세상을 무디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되는데 괜한 할머니의 노파심일까 생각하며 대한민국의 육아 문제를 걱정한다.

휴대폰 영상통화가 아닌 손주를 안고 기나긴 겨울밤을 자는 꿈을 꾸었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할머니란 소리보단 아줌마 소리를 더 듣고 싶은 젊은 할머니는 아이가 행복한 세상, 마음 놓고 맞벌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대한민국에 새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그분께 젊은 부부들의 육아 문제에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기대해본다.

김영화(대구 수성구 범어3동)

♥시1-눈 온 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오후

아이들은 신이 나서 눈 위를 뒹굴고

건너편 슈퍼 앞

싸리비로 휙휙 눈을 쓸어 내는 아주머니

화단의 소나무에

소복이 쌓인 함박눈

초록은 순백을 받들어

찬양하듯 바람에도 끄떡없다.

지상에 내린 순백의 꽃송이

툭 건드려 보지만

어느새 몽실몽실

쉬이 떨어질 거면 피지 않았다는 듯…

비록 싸리비를 들었지만

이 순백의 꽃송이에 감탄하며

아주머니 허리를 편다.

김병욱(대구 북구 태전동)

♥시2-한 해를 보내며

끝물을 달구는

들녘에 서서

활기찬

한 달 두 달…

고갯길 넘어 열두 점

한 해도 무사함에

감사하며

보내는 이

아쉽게 흘려보내며

새로운 이

반갑게 꽉 쥐어 볼까

부여잡고 살아온 세월은

기울어져 가는 저녁노을에 반사되어

아름다움으로 여울져가며

더 나은 기대로

새해 희망 끈 잡아본다

설레는 마음으로

癸巳年(계사년)을 기다리면서

장명희(대구 달서구 이곡동)

♥시3-해넘이

서리꽃 화관을 쓰고

갓바위 뒷길을 오른다.

이미

가슴엔

물로 삭여 흘려보낸 체념

그래도

한 번 더 풀어놓으려

마른 입술로 에인 염원,

윤이 나도록 굴린다

허덕허덕 숨이 밭은 걸음

천근 쇠사슬로 조인 발목,

풋순 같던 옛날이

넘 그립다.

조정향(대구 중구 대봉1동)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김상민(대구 북구 산격4동)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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