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베트남 최대 수출업체로…현지화 노력에 근로자도 "내 기업"
2008년 3월 삼성전자는 최고경영진이 베트남에 연간 최대 1억대 생산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날로 경쟁이 심해지는 저가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에 전략기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대구경북민의 심기는 불편했다. 삼성이 국내 휴대전화 시장에서 발을 빼는 수순으로 본 것. 더욱이 삼성이 약속한 구미 기술센터마저 불발인 상태에서 베트남 공장 설립은 지역민들의 반삼성 정서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4년이 훌쩍 지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까. 삼성전자 스마트시티(구미공장)는 최첨단 스마트폰을 연구 생산하는 중심기지로 자리매김했고, 베트남 공장 역시 삼성전자의 세계 6대 휴대폰 생산기지 중 최대 법인으로 부상했다. 제품 생산에 돌입한지 단 3년 6개월 만에 이룬 쾌거다. 이를 기반으로 해 삼성전자는 최근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업체로 부상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을 더블스코어 차이로 누르고 최고 업체에 등극했다.
◆이만큼 발전했다
1992년 수교한 베트남과 우리는 경제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2천800여 한국기업이 고용한 현지 주민이 40여만 명(이하 베트남 정부 통계). 이들 업체에서 거둬들인 세금만 연간 약 10억달러에 달할 만큼 베트남 경제에서 한국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 베트남 현지법인(SEV)의 실적은 독보적이다. 수도인 하노이 인근 박닝성 옌퐁공단에 있는 SEV는 올해 115억∼120억달러 규모의 수출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 된다. 이는 베트남 정부가 최근 추산한 올해 국가 수출 1천150억달러의 10%선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SEV는 작년 베트남 수출 1위인 국영 페트로베트남을 추월하는 새로운 기록도 추가, 베트남 최대의 수출기업이라는 영예를 안게 됐다.
초기에는 초저가인 ULC(가격 한화 2만원대) 위주로 생산했으나 지금은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적 확대에 따라 스마트폰이 전체 생산량의 59%에 이른다.
삼성이 베트남 투자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격 경쟁력 하락에서다. 당시 휴대전화 세계 1위이던 노키아가 동남아에서 3만원대의 저가폰을 팔고 있는데 비해 국내(구미)에 생산해서는 아무리 낮게 해도 원가를 12만원 아래로 떨어뜨릴 수 없었기 때문. 그래서 상당한 반발을 무릅쓰고 베트남으로 나갔다.
2009년 4월 공장을 가동할 당시 월 40만대 생산 규모이던 것이 지금은 월 1천100만대를 생산한다. 직원 수도 현재 2만6천 명으로 늘었다. 지금도 인사담당자들은 거의 매달 직원 채용에 매달리고 있다.
SEV 출범 때부터 근무해온 네구엔 후 탄 과장은 "삼성에 입사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갈수록 좋은 직장이라 생각한다. SEV가 세계 최고가 되고, 나도 최고의 직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이런 성과를 이뤘나
베트남 정부의 IT 산업 유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 세제 혜택을 비롯해 전력 및 공업용수 공급 등에서 외국투자기업은 법인세 4년간 면제, 부지 무상 제공 등 상당한 혜택을 받는다. 이는 외투기업 전반에 해당하는 사안이지만 여기에 삼성은 적극적인 현지화를 가미했다. 주재원들과 베트남 근로자들 간의 인간적 유대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에서 현지인들과 갈등을 빚다가 많은 손해를 보고 철수한 기업들의 사례들을 참고해 현지 근로자들에게 '내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약속한 투자도 그대로 실행해 믿을 수 있는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줬다. 베트남 투자기획부 산하 MPI 공단 관리국장 부 타이 탕씨는 "삼성이 처음 투자할 당시 대외 경제 여건이 어려워 투자를 반신반의했는데 결국 투자를 실행했고, 오늘날 세계시장을 석권해 너무 놀랍고 고맙다"고 했다.
삼성의 사람 관리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 베트남 각급 기관들과의 유대 강화에도 남다른 정열을 쏟은 까닭에 현지 단지장인 심원환 전무는 박닝성 당서기장과 형제로 지낼 정도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당 서기장은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지는 인물.
협력업체들과의 관계도 국내에서보다는 훨씬 유기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 현지 진출 당시 구미에 있던 협력업체들 가운데 성공 여부를 확신하지 못해 동반 진출을 망설이던 업체들도 많았다. 이런 업체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발적 참여업체들만 같이 갔다. 그러다보니 처음부터 동반자 의식이 강해진 것. 국내에서 진출한 현지 50여 협력업체들과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인사 노무 구매 등을 공동으로 협의한다.
초기 협력업체가 부족했기 때문에 현지공장에서 직접 생산 부품 생산도 했는데 이게 대박을 터뜨렸다. 사출 분야 경우 기술 혁신을 거듭하다 보니 처음에는 24초 걸리던 것이 부품 1개 생산시간이 2초로 급격히 단축돼 생산비가 엄청나게 절감됐다.
SEV는 최근 박닝성 당국으로부터 8억3천만달러의 추가 투자 승인을 받았다. 총 투자규모는 17억달러를 넘게 된다. 수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 SEV는 향후 LCD 등 부품사업의 기술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도 그룹 차원에서 SEV가 서남아시아를 관할하는 중심 사업장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박닝성에서 최정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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