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 우리 전문대학이 살아남는 길

입력 2012-12-18 07:51:55

"학생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고객입니다. 학생을 우리 학교에 보내준 학부형, 고교 선생님도 중요한 고객입니다. 학생이 졸업 후 취직해 신세를 지게 될 기업도 우리의 중요한 고객입니다."

최근 대구 한 전문대학 교수'교직원들과 함께 일본의 대형 '학교그룹'으로 유명한 지케이(JIKEI) 학원을 3일간 둘러볼 기회를 갖게 됐다. 지케이는 일본 전역에 57개 전문학교를 거느린 학교그룹이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단연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지케이 회장인 우키후네 씨의 학교 브리핑이었다. 칠순을 넘긴 그는 나이를 잊은 정력적인 모습으로 자신들의 학교가 어떤 철학을 갖고 발전해왔는가를 한국인 방문객들에게 설명했다.

1987년 개교한 지케이는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사립이든 국립이든 상당한 대학 운영 경비를 정부에 기대는 우리네와는 다른 풍경이다. 그래서 우리의 2배가 넘는 수업료를 받고 기술'기능을 가르치는 이곳은 우리로 치면 직업전문학교쯤 된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교육부 통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고, 교육공공성이란 가치도 가볍게 여길 듯싶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기술'기능인을 양성하는 학원 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지케이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계속하면서 이들이 직업 교육에 대해, 그룹 운영에 대해 상당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들은 저성장기에 있는 일본 산업계의 고용능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이른바 현장에서 팔리는 인재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인드를 강조해왔다. 현업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하고, 학생들이 현장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학생들의 취업에 대해 그들이 갖는 책임감은 비장할 정도다. 현장실무능력 대신, 바로 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즉전력'을 학생들에게 부르짖는다. 취업 축하식이란 말 대신에 '출정식'이란 용어까지 쓴다. 이들은 업계의 고향동향을 예측한 '지케이 학교발전계획'을 지난 20년간 5년 단위로 시행해오며 미래를 대비해왔다.

이 즈음에서 우리나라 전문대학들을 되돌아본다.

2011년 전문대 취업률 현황을 보면 국내 145개 전문대학들은 취업률 60.7%로 4년제 대학을 앞섰다. 일부 전문대학 인기학과는 4년제 대학 들어가기보다 어렵다.

하지만 전문대의 미래 전망은 어둡다. 학령인구 감소에 더해 특성화고(구 전문계고) 졸업생들에 대한 '선 취업-후 진학' 정책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정부는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3년 정도 취업한 후 대학에 입학하도록 하고 있어 전문대로서는 입학생이 더욱 줄어드는 타격을 받게 된다. 특히 우리의 전문대학들은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이 93%로 머지않아 존립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문대학 관계자들은 걱정한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지케이와 우리 전문대를 비교하면 같은 점과 차이점이 분명해진다. 학생 우선, 취업 제일을 외치는 모양새는 같지만 과연 그들만한 책임감과 철학, 실천력을 우리 전문대학들이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결국엔 대학 스스로의 자구적 노력밖에 없다. 말로만 하는 전공특성화, 직업교육이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는 교육과정을 커리큘럼에 반영하고 질 높은 강의를 확보하는 등 학생, 학부모, 현장 업체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능동적인 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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