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주변 도심경관 "남 볼까 부끄럽다"

입력 2012-12-13 10:00:49

환승정거장·노선 일대 건물옥상 등 눈 찌푸려져…대구 이미지 먹칠 우려

13일 오전 대구시 북구 팔달동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경부고속도로 횡단 건설 구간에 궤도 빔 연결 작업이 실시됐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직원들이 고속도로를 일시 통제한 가운데 대형특수크레인(650t)으로 길이 59m, 무게 100t의 궤도 빔을 설치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3일 오전 대구시 북구 팔달동 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경부고속도로 횡단 건설 구간에 궤도 빔 연결 작업이 실시됐다.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직원들이 고속도로를 일시 통제한 가운데 대형특수크레인(650t)으로 길이 59m, 무게 100t의 궤도 빔을 설치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2014년 6월 개통 예정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북구 동호동~수성구 범물동 23.95㎞)은 기존 1'2호선과 달리 땅속이 아니라 땅 위 모노레일(높이 7.2~19.4m)을 달린다. 3호선 이용 승객들은 모노레일을 통해 30개 정거장을 이동하는 전동차에서 대구 도심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꿔 말해 3호선은 앞으로 대구 도시 이미지를 규정할 수 있는 강력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및 대구시 실태조사 결과 3호선이 관통하는 도심 주요 구간 경관은 '낙제점'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3호선은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는커녕 대구 도시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 십상이다. 대구시는 당장 3호선 주변 경관 개선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달 10일 대구 중구 신남네거리 도시철도 3호선 공사장. 일대는 도시철도 2호선 서문시장역과 만나는 환승 정거장으로, 3호선 개통 이후 특히 유동인구가 몰릴 곳이다.

하지만 모노레일 높이와 일치하는 주변 4층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일대 풍경은 대구의 이미지를 낡고 발전되지 않은 도시로 낙인 찍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승강장 양쪽으로 지은 지 수십 년은 넘어 보이는 콘크리트 기와집이 지붕을 맞대고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언제 칠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탈색된 기와, 석면 슬레이트, 폐타이어들까지 뒤엉킨 지붕들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벽면 곳곳에 금이 간 낡은 주택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웠다.

3호선 두 번째 환승정거장이 들어서는 남구 명덕네거리 일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다음 건들바위네거리 정거장까지 오래 묵은 때가 덕지덕지 눌어붙은 옥상 콘크리트 바닥과 노랗고 파란 물탱크들이 주변 풍경을 어지럽혔다. 이곳 또한 현대식 빌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은 기와집과 슬레이트 지붕들이 군데군데 뒤섞여 있다.

지난 8월 대구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호선 정거장 및 이동 구간의 '경관 불량 시설'은 무려 2천38건으로 나타났다. 광고물이 1천411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옥상 340곳 ▷지붕 165곳 ▷건물 73곳 ▷담장울타리 44곳 ▷가로 시설물 5곳 등의 순이었다.

3호선 주변 경관을 둘러본 (사)도시환경연구센터 전영옥 소장은 "노후 공장 및 주택 밀집 지역이 고스란히 노출돼 대구 도시 이미지를 해치고 있다"며 "대중교통은 해당 도시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일상의 도시 경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경관 불량 시설 2천38건에 대한 정비 예산으로 모두 85억원을 산정했지만 열악한 시 재정 여건으로 실제 편성 예산은 10억원(2013년 기준)에 그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 재정 사정을 감안해 시범 지역을 대상으로 단계별 정비에 나서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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