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남편·시어머니 극진 봉양 "아이들 있어 행복"
"구만리 떨어진 한국 땅에 시집와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아이를 낳아 오순도순 살아가는 게 가장 큰 행복입니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의 결혼이주여성 김하은(26'본명 선티김땍) 씨는 장애인인 남편(37)과 시어머니(60)를 8년간 극진히 봉양해 효부 베트남댁으로 소문나 있다. 남편은 2000년 교통사고로 지체 2급 장애 판정을 받았고 지적장애도 있어 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체 장애인으로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는 최근 관절염이 심해져 고관절 수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 중이다. 6살과 7살인 두 아들 중 첫째는 입천장이 없어 구개성형 수술을 했다.
김 씨는 가족 모두 근로 능력이 없어 가장 역할을 도맡고 있으며 생계수단은 기초생활수급가구로 선정돼 받는 지원금이 전부다.
"관절염이 심한 시어머니는 자꾸 넘어져 부축 없이는 바깥출입이 어려웠어요. 밥을 지어 올리고 목욕 수발을 하는 일이 힘들 때도 있지만, 베트남 친정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잘 모셔야죠."
김 씨는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나들이를 많이 도왔다. 시어머니와 함께 서문시장 나들이를 간 게 가장 즐거웠다고 했다.
지금은 입원 중인 시어머니를 찾아가 간호를 하고 있다. 병원비만 벌써 200만원 들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입원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비가 얼마나 더 나올지 벌써 걱정이다.
그는 "시어머니는 몸은 불편해도 마음은 따뜻하다"며 "시어머니가 빨리 몸이 좋아져 집에서 함께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카드단말기 제조회사에 다녔지만, 회사가 어려워 몇 년 전에 그만두고 쉬고 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를 겪고 있기 때문에 직장을 찾기가 쉽지 않다. 김 씨는 남편이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운 자신을 감싸주고 자식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저의 어릴 적 꿈은 가난한 사람을 치료해주는 의사였어요. 집안이 가난해 공부를 제대로 못 해 꿈을 접은 게 마음 아프죠."
그의 고향은 베트남 호찌민에서 차로 8시간 정도 걸리는 박리우 농촌마을이다. 농사를 짓는 부모 슬하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도 못하고 가족 생계를 위해 바다에 나가 조개와 고기를 잡았다.
한국생활이 8년째인 김 씨에게 최근 새로운 '코리안 드림'이 생겼다. 손톱을 손질해주는 네일아티스트 1'2급 자격증을 딴 것. 지금은 시어머니와 남편 봉양, 육아 등으로 바빠 시간 여유가 없지만 꿈을 활짝 펼칠 날도 머지않았다. 그녀는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수성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다니면서 한국어와 요리도 성실히 배웠고 운전면허 자격증도 공부하고 있다. 김 씨는 올해 (사)금오회가 시상한 제38회 금오대상에서 효행부문 본상을 받기도 했다.
"가정이 어려워 신혼여행도 못 갔는데 올해 7월 다문화가족 지원으로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와 너무 즐거웠어요.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 당당한 한국의 며느리로 살아가겠습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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