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많이 틀고파도 전기료 2만원 될까봐…"
11일 오후 대구 중구 성내동 쪽방촌. 이곳에 사는 임모(76) 씨는 올겨울도 3㎡ 남짓한 방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보내고 있다. 창문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종이로 막았지만,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까지는 막을 수 없다. 연탄보일러와 얇은 이불 세 겹, 두툼한 외투 한 벌은 그가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다. 전기장판은 비싼 전기요금이 부담돼 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 대 있는 온풍기도 전기요금 걱정에 트는 날이 거의 없다. 임 씨는 "매달 받는 수급비와 기초노령연금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내의 병원비로 쓰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없는 사람들에게 난방비는 사치일 뿐이다"고 했다.
이날 건설 일용직 노동자 안모(46'대구 서구 비산동) 씨의 6㎡ 정도 되는 방은 얼음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난방비가 많이 드는 기름보일러는 수년째 틀지 않고 있다. 추운 날씨에 일감이 줄어 겨울 수입이 30만원 정도인 안 씨는 한겨울에도 찬물로 세수한다. 8년째 사용한 낡은 전기장판 때문에 겨울철 전기요금은 여름철의 5배쯤 되는 2만원으로 늘었다. 전기요금을 내느라 13만원짜리 단칸방의 월세도 3개월째 미루고 있다. 안 씨는 "전기장판에 누워도 방 안의 냉기로 코가 시려 얼굴에 수건을 올려놓고 잔다"고 했다.
한파가 연일 계속되면서 에너지 빈곤층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은 기본적인 에너지도 공급받지 못하는 저소득 가구를 일컫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을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에 포함돼 나오는 광열비는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 130여만원 중 6.36%인 약 9만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어려운 생활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난방비로 사용되는 돈은 없는 실정이다.
연탄, 기름, 가스 등 다양한 난방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지원 방법도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를 부추기고 있다.
대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대구 850개 쪽방 가구 중 도시가스 혜택을 받는 곳은 한 곳뿐이다. 이 때문에 등유가 도시가스보다 비싼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기름보일러나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을 보내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자체나 민간차원의 지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탄 지원에만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은 연탄보일러 교체를 선호하지만, 건물주의 반대와 설치비용 등으로 연탄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
대구주거복지센터 최병우 사무국장은 "도시가스 보급 확대를 위해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 배관 매설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대구시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낡거나 고장 난 전기장판을 교체해 개별난방을 강화하고 난방유(등유)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감면하거나 가격을 내려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쪽방상담소 장민철 소장도 "기름, 전기, 가스 등 난방 연료별로 골고루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복지정책관실 관계자는 "구'군별로 동절기 혹한에 대비해 도시가스, 연탄 등 연료비를 지원하고 있다"며 "아직은 신청률이 저조하지만, 일부 연료비 지원을 통해 겨울철 취약계층 난방비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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