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보통 사람이 우러러볼 만한 지혜와 재능을 발휘하여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을 뜻한다.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군인, 정치가, 발명가, 철학자, 과학자 등. 그중에는 세계적으로 추앙받는 영웅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에서만 존경의 대상이 되는 인물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교과서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차츰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례로 '악법도 법이다' 하고 외치며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는 '악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라면서 선거에 승리한 정치가에 의해서, 삼국통일의 영웅 김유신은 백제지역 문화를 말살시킨 원흉이라는 그 지역정서에 의해서 영웅의 반열에서 삭제됐다.
선거가 남긴 후유증 중 가장 심각한 폐해가 네거티브 공방이다. 이것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상대의 흠집을 들춰내는 비굴한 전략이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다행이고 아니면 말고 식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것이 네거티브 선거의 주요 목적이다. 공정한 선거문화가 정착된 나라에서는 낙선의 자충수를 두는 행위겠지만,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당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 여러 번 목격됐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자신과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인데 소원한 관계가 지나쳐서 심지어는 철천지수(徹天之讐)가 되기도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작은 농촌 마을 주민들의 단합이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세평이 있다. 선거가 망국적인 지연, 학연에다가 씨족까지 합세하여 찢어놓은 민심에서 두레의 상호부조 정신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어떤 누구를 존경하지 않는 환경'에서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없다. 과거의 영웅들 중에서 온갖 네거티브 공방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국가공인 영웅마저 점점 줄어드는 마당에 과연 새로운 영웅이 탄생할 수 있을까?
한국적 과열 선거가 남긴 가장 큰 폐해는 상대 흠집 내기다. 100가지 중 99가지의 장점을 가진 사람도 하나의 단점이 존재할 수 있다. 네거티브를 통해서 하나의 단점을 과대포장해 부풀리면 단점이 100이 되어 공방을 펼친 사람이 승리자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네거티브 공방이고 우민정치를 탄생시키는 도화선인 것이다.
국가의 발전은 경제발전의 단면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양심과 정의가 수반된 문화와 책임 있는 공공의식이 동반되지 않으면 국민은 배부른 돼지로 전락할 수 있다. 국가가 발전함에 따라서 영웅의 숫자도 늘어나야 한다. 기존 영웅을 흠집 내기보다는 새로운 영웅을 발굴하여 대열에 편입시키는 것이 문화가 발전하는 나라의 포지티브 단면이다.
대선의 물결 속에 나라가 시끄럽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보다 상대의 네거티브에 열중하는 후보를 추종할 유권자가 더 이상 없음을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이재용/소설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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