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그룹 대구 입성 3년…재벌들 '못된 버릇'만 따라한다

입력 2012-12-11 10:31:06

나눔·상생 한다더니 피자·외식업까지 진출, 골목상권 뿌리채 흔들어

이랜드 그룹은 핵심경영 가치 중의 하나로
이랜드 그룹은 핵심경영 가치 중의 하나로 '나눔'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빵집 등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 상권을 붕괴하고 있다. 아래는 이랜드 그룹 휘장. 매일신문 DB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이랜드 핵심경영 가치 중의 하나로 '나눔'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는 나눔은커녕 영세업자들을 옥죄는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 몸집을 끊임없이 불리면서도 인수된 회사의 직원들을 차별대우하고 골목 상권을 잠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는 앞에서는'나눔'과 '상생'을 강조하지만, 뒤로는 중소상인들의 숨통을 죄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재벌의 나쁜 행태만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는 주변 상권 침해로 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뷔페식 패밀리레스토랑인 애슐리는 평일 점심 시간이면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로 손님이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애슐리가 입점한 동아백화점 수성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권모(54) 씨는 "애슐리가 이달 4일 문을 연 이후 우리 가게에는 손님이 절반 이상 끊겼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아백화점 본점은 동성로 인근 노른자위 상권에서 사실상 아울렛으로 전환해 동성로 상인들의 반발이 심하다. 이랜드는 동아백화점을 인수한 2010년 3월 이후 본점의 매장 구성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해 지금은 자사 중저가 브랜드 및 아울렛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동성로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심모(31'여) 씨는 "백화점은 사실상 보세브랜드와 경쟁상대가 아니었는데 동아백화점 본점은 매장 구성이 중저가대로 변해 어느 순간 타깃층이 비슷해졌다"며 "본점 바로 옆인 교동에서 옷가게를 하던 지인은 장사를 접기도 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자산 5조1천억원, 계열사 30개를 운영하는 이랜드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재벌)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랜드는 대기업답지 않은 경영시스템으로 골목상권을 해치고 있다.

이랜드는 박 회장이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문을 연 보세 옷 가게에서 시작해 1980년대 후반 교복자율화에 힘입어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 1986년 처음 법인화했을 당시 90개 가맹점에 매출액이 65억원이던 것이 불과 7년 만인 1993년에는 2천 개 점포에 매출액이 5천여억원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기존 재벌기업들이 자행하던 문어발식 확장 행태를 답습한 것도 이 때. 이랜드는 패션에서 돈을 벌자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렸다. 1994년 NC 백화점을 인수한 이후 뉴코아, 2001 아울렛, 킴스클럽 등을 잇달아 사들였다.

2010년에는 지역 백화점인 동아백화점을 인수합병했고 우방랜드와 올브랜 아울렛도 인수했다.

이랜드는 외식사업에도 손을 댔다. 외식분야 브랜드도 12개나 되며 재벌가 골목 상권 침해를 상징하는 빵집(뺑드프랑스. 델라보보)에까지 진출했다.

이랜드는 또 '피자몰'을 통해서도 중소상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랜드의 무차별 사업확장으로 중소상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밥그릇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소 상인들 사이에선 이랜드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동성로 한 옷가게 주인은 "이랜드는 업주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다. 수많은 브랜드로 중저가 물량 공세를 펼치니 영세상인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털어놨다.

빵가게 업주 A씨도 "최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들이 골목 상권 침해를 우려해 연이어 베이커리 사업을 정리하는 상황에서 재벌급으로 올라선 이랜드만 빵 사업에 골몰한 모습을 보니 화가 난다"고 비난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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