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대구시향 송년 정기연주회

입력 2012-12-11 07:26:59

행진·전주곡 등 4곡…'왜 바그너인가' 잘 보여줘

대구시향 곽승 마에스트로가 송년 선물로 바그너와 베토벤을 준비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일찍이 구스타프 말러가 '오직 바그너와 베토벤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반부는 바그너의 중기 작품인 탄호이저, 로엔그린과 후기작품인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등의 행진곡, 전주곡 등을 선보였다. 탄호이저 제 2막중 입장행진곡은 장엄하고 경쾌한 트럼펫 팡파르로 시작되는데 첫 출발이 인상적이었다. 바그너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순례자들이나 운동 선수들이 입장하는 듯한 동기가 느껴진다. 또한 화려한 관현악적, 극적인 효과를 가진 그의 음악은 영화·드라마 음악에 많은 영향를 줬다. 이번 시향의 연주는 바그너의 의도를 잘 담아냈다. 특히 바그너를 좋아하는 애호가를 '바그네리안'으로 부르는데 실제 바이로이트 축제까지 달려가는 애호가들도 있다. 이날 연주된 4곡 모두 왜 바그너인가 왜 애호가들이 그의 음악에 심취하는가 라는 질문에 잘 답변해줬다. 로엔그린 제 1막 전주곡의 숨죽인듯 연주한 바이올린 파트의 피아니시모는 절묘했다. 바그너의 음악에는 중독성이 있다.

후반부 연주된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협주곡 중 가장 위대한 곡이다. 이 곡의 감상 포인트는 온화함과 장대함이 균형을 이루는가에 있다. 협주곡의 성격상 종속적이 아니라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대등한 관계를 이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날 연주는 지나치게 오케스트라가 독주자에게 양보를 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성식의 연주는 기교와 부드러움이 넘쳤으나, 다이내믹한 표현이 덜한 듯 보였다. 1727년 제작된 쇼세프 과르네리우스의 소리는 과거에 듣지 못한 고급스런 울림을 갖고 있었다. 제1악장은 팀파니가 약음으로 가볍게 둥둥둥둥 4번씩 마치 운명의 문을 두드리듯 시작하는데 이 리듬을 끝까지 귀담아듣는 것도 좋았다. 양성식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매력을 한껏 선사하며 연주를 마무리했다.

윤성도 (대구문화재단 이사·계명대 동산의료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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