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청 회의 결론 못내
'북성로~수창1길~수창초교'삼성상회~달성공원' 대(對) '북성로~대구은행 사거리~달성공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 1909년 1월 전국 순행 중 대구를 찾아 다녀간 '순종황제 어가(御駕)길' 위치(본지 12월 3일자 1'2면 보도)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구 중구청은 이달 5일 상황실에서 '순종은 어느 길로 갔을까'를 주제로 자문회의를 다시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중구청은 "광명사 정문이 북쪽으로 나 있어 순종은 지금의 수창1길을 따라 지나갔다"고 주장하는 반면 당초 어가길 고증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은 "광명사 정문이 남쪽으로 나있어 지금의 북성로를 따라 지나갔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회의 결과는 지난달 열린 1차 자문회의보다 한 발짝 나아갔다. 일본인 미와 조테츠(三輪如鐵)가 1911년 1월에 간행한 '대구일반'에서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기 때문.
영남대 최범순(일어일문학) 교수는 "책 안의 '대구시가 약도'를 보면 지금의 삼성상회 근처에 '임금이 지나간 다리'를 뜻하는 어행교(御幸橋)와 함께 다리 주변을 어행정(御幸町)이라고 표시했다. 어행교를 순종이 지나갔다면 어가길은 수창 1길을 따라 난 길이 된다"고 했다.
1917년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향토역사관 지도에 그려진 광명사 담장도 어가길 위치의 단서가 된다. 최 교수는 "1917년 지도를 보면 광명사 담장은 남쪽으로 둥글게 둘러처져 있어 문은 북쪽으로 나있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본 건축물은 길에 접해 문을 만들기 때문에 '대구물어'에서 말하는 '광명사 앞'은 현재의 수창1길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 추진회 장영진 위원은 "지금까지 나온 여러 지도들을 보면 광명사의 위치가 북쪽 길에 접해 있어 광명사 문과 길이 북쪽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2009년 어가길의 역사적 고증 연구에 참여했던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김일수 연구원은 여전히 북쪽 길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김 연구원은 "'대구일반'에 '1909년 가을에 지금의 수창1길을 포함하는 북부신시가도로를 신설 또는 개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순종이 다녀간 시점은 1909년 1월로 도로를 신설 개수한 시점보다 이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책 '대구민단사'에 나온 광명사 설명을 보면 광명사는 밭 한가운데에 있다고 되어 있다.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순행임을 생각해봤을 때 밭만 있는 북쪽 길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다녔던 남쪽 길이 어가길에 더 가깝다"고 했다.
이날 회의는 어가길 위치를 결정짓지 못하고 3차 회의를 다시 여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언제 회의가 재개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구청은 다음 달부터 3년간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을 추진하지만 가장 중요한 어가길 위치가 밝혀지지 않아 시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어가길과 관련한 자료가 더 마련되는 대로 3차 회의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늦었지만 철저한 고증작업을 거쳐 느리게 가더라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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