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송인호(25) 씨는 얼마 전 가지고 있던 책 20여 권을 팔았다. 다 본 책이 좁은 자취방을 차지하고 있어 불편한데다 용돈도 필요해 헌책을 팔았다. 송 씨가 이용한 곳은 중고 서적을 거래하는 인터넷 서점이다. 송 씨는 "예전에는 헌책방에 책을 내다 팔기도 했는데 요즘에는 찾아보기가 어려워 인터넷 서점을 이용했다"며 "이미 본 책이지만 상태가 깨끗해 좋은 값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고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헌책방들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인터넷 서점들이 중고책 사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들이 오프라인 중고서점까지 내면서 중고책 매매가 소비자들의 새로운 서적 구매패턴을 만들고 있다.
◆커지는 중고책 시장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2008년 온라인 중고서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중고책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책 시장 규모는 2010년 250억원에서 올해는 500억원까지 성장해 2년 만에 2배나 커졌다. 2009년 2월 중고책 사업을 시작한 인터파크의 경우 2009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중고책 주문량이 200% 이상 늘어났다. 6월 말 기준 중고책 등록권수는 교보문고 300만 권, 예스24 160만 권, 인터파크 135만 권, 알라딘 47만 권 등이다.
알라딘 이후 2009년에는 교보문고, 인터파크가, 2010년에는 예스24 등 기존에 인터넷 서점을 운영하던 굵직한 업체들이 중고서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한 알라딘의 행보는 눈에 띈다. 알라딘은 지난해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종로점을 시작으로 신촌, 부산, 분당 등 8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한 곳당 보유도서가 5만 권이 넘는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종로매장에서만 하루 평균 2천~3천 권 정도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중고책 시장이 커진 이유는 경기불황으로 저렴하게 책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악한 인터넷 서점들이 중고책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인터파크가 중고 서점 구매 독자 26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주 이용층은 30, 40대 여성이었다. 가장 많이 팔린 도서 장르는 중고전집(19.9%)과 아동도서(17.6%)로 주부들이 아이의 책을 알뜰하게 구매하고자 온라인 중고서점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베스트셀러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책을 소장하기보다는 읽고 난 뒤에 팔고 신간을 보는 식의 소비패턴이 자리 잡은 것도 중고책 시장 성장의 한 원인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독자의 입장에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 점점 적어지고 한 번 읽고는 다시 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중고책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보는 책은 팔고 저렴하게 사고
도서 매입은 매장과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도서 매입가는 정가의 25~30% 정도인데 신간의 경우 50% 수준까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책의 가격은 출판연도, 책의 상태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직원이 직접 눈으로 책의 상태를 확인한 뒤 도서를 매입한다.
온라인 중고책 매매는 기본적으로 오픈마켓 형식으로 이뤄진다.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매기면 구매자는 책의 상태와 가격 등 판매자가 올린 정보를 고려해 구입하는 직거래 형식이다. 이 경우 업체들은 5% 내외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온라인 서점들이 직매입을 통해 도서를 재판매하기도 한다. 팔고 싶은 책이 인터넷 서점에서 재고량과 상품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책이면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상품상태와 신간 여부에 따라 구매 가격의 최대 55%까지 가격을 책정한다.
온라인 중고서점의 선두업체인 알라딘의 경우 표지변색, 훼손, 메모 등의 기준에 따라 최상, 상, 중, 매입불가 등으로 등급을 구분해 매입가격을 정해두고, 신간도서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알라딘에서 구매한 신간 베스트셀러의 경우 55% 가격에 되산다.
소비자가 온라인 중고서점을 통해 헌책을 팔고 싶을 때는 해당 인터넷 사이트의 매입 기준을 잘 살펴본 뒤 판매할 도서를 등록하면 택배를 통해 책을 보낼 수 있다.
온라인 중고책 시장이 커지면서 업체마다 중고책 거래 편의를 위한 각종 서비스도 도입했다. 예스24는 중고장터 전담 고객상담원을 별도로 배치했다. 도서를 구입한 후 6개월 안에 재판매하면 정가의 50%가량을 보장해주는 '바이백'(buy back) 제도도 등장했다.
대구에서도 이르면 내년 초에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개점할 예정이다. 수도권 외에도 부산, 울산, 광주 등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알라딘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대구지역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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