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살림 챙기지 않는 국회, 민생 말할 자격 있나

입력 2012-12-03 11:18:16

국회가 올해도 내년 예산안을 법정 처리 시한인 2일까지 처리하지 못했다. 헌법에 회계연도 개시일 30일 전까지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게 돼 있으나 국회는 2003년 이후 매년 시한을 넘겼으며 이번에도 늑장 처리가 불가피하게 됐다. 정기국회가 9일까지 열리는 만큼 형식상으로는 예산을 처리할 수 있지만, 현재의 정치 일정상 대선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지난 8월에 대통령 선거 일정을 고려, 새해 예산안을 11월 22일까지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 위원 배분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하다 지난달 23일에야 위원 명단을 확정했으며 이후에도 '새 대통령 몫의 예산 배분' 등으로 논란을 벌여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제주해군기지 예산, 차세대 K2 전차 예산 등 삭감'증액을 놓고 보류된 쟁점 항목이 적지 않다.

국회는 내년 예산안을 서민 생활 안정과 일자리 창출 확대 등 민생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 위기로 국민이 고통받고 장기적인 저성장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 진작 역할이 특히 중요해짐에 따라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정부의 예산 집행 준비도 미뤄지면서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의 예산 집행과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국회가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를 외면함으로써 취약 계층 지원 사업과 일자리 창출 사업 등이 지연돼 서민들의 생계 불안과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예산안 심의가 시간에 쫓기다 보면 졸속으로 처리돼 국민의 혈세가 불필요한 곳에 낭비될 우려도 적지 않다. 대선 후보들은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나라 살림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니 무슨 염치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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