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이란 통조림통을 일컫는 영어 캔(can)에다 대롱같이 생긴 물건을 뜻하는 한자 통(筒)을 더해 만들어진 합성어다. 드럼통을 일본인들이 '도라무깡'이라 하듯 깡통의 '깡' 역시 일본식 발음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하게 형성된 단어로 깡패도 있다. 불량배를 뜻하는 갱(gang)과, '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람의 무리'를 뜻하는 한자 패(牌)가 합쳐 깡패가 됐다.
이들 단어는 8'15 해방 전에는 사용된 기록이 없다. 해방 이후 미군이 들어오면서 영어와 일본식 발음이 결합된 어설픈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들 단어는 오늘날 다분히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원래 깡통은 '식료품을 저장하기 위해 양철로 만든 둥근 기둥 모양의 용기'다. 하지만 오늘날 깡통이란 머리가 둔한 사람을 낮잡아 부르거나 재산상 치명적 손해를 입어 회복이 어려운 경우에 쓰인다.
우리나라에서 깡통이 가장 먼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주식시장이었다. 1989년 4월 주식시장이 처음으로 1천 포인트를 찍자 너도나도 빌려서 주식에 투자했다. 이듬해 9월 주식시장이 500포인트대로 폭락하자 빚을 내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이때 증권가에서 깡통계좌란 말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돈과 증권사로부터 빌린 자금을 합쳐 사들였던 주식의 가격이 융자금 이하로 떨어져 잔고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통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깡통주택, 깡통아파트, 깡통전세라는 새로운 용어들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깡통주택은 집값 하락으로 집이 법원 경매에 넘어가도 주택담보대출을 다 갚을 수 없게 된 집이다.
금융감독원이 2일 깡통주택 소유자가 전국적으로 19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집을 경매에 넘겨도 금융회사에 진 빚을 모두 갚을 수 없는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초과 대출자가 19만 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자의 3.8%다. 이들의 평균 낙찰가율 초과 대출액만 13조 원에 이른다.
이들은 현재 상태에서 빚을 넘기더라도 빚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집값이 더 떨어지면 이런 집이 더 늘어날 우려가 크다. 깡통주택은 깡통전세를 부른다. 돈 없어 전세를 든 사람들이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집을 경매에 넘기더라도 전세금조차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어쩌거나 깡통은 피하고 볼 일이다.
정창룡논설위원 jc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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