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정성 의심되는 진보의 북한 인권 입장 변화

입력 2012-11-27 11:31:54

북한의 인권유린을 외면해 왔던 진보 진영이 갑자기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과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 이사장으로 있는 한반도평화포럼은 최근 창립 3주년을 맞아 펴낸 '2013년 체제를 위한 한반도평화포럼의 제안'에서 북한 주민의 자유권 신장과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을 동시에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엔 인권 결의안에 찬성을 표하고 필요 시 북한 인권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겠다고도 했다. 그간의 행보에 비춰 '전향'이라 표현할 정도의 파격적 노선 수정이다.

그 배경에는 자인했듯이 자신들이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들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의 논리를 고수하면 자신들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전향'은 인권이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이라기보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전술적 후퇴의 성격이 짙다.

국민은 진보가 더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바람을 외면했다. 이런 사실에 비춰 이제 와서 갑자기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겠다고 해서 자신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단시일 내에 걷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해온 지난날의 잘못을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한 시점도 묘하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노선 수정을 발표한 것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야당의 전과(前過)에 대한 '물타기' 시도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의도가 있다면 또다시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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