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좀도둑에 300배 뜯어낸 홈플러스

입력 2012-11-17 07:50:44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보안 요원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훔친 좀도둑들에게 많게는 300배의 불법 합의금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9년 설립 초기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환경사랑 나눔사랑 지역사랑 가족사랑을 포함하는 '4랑운동'을 통한 사회 공헌을 표방한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시설 경비 안전 문제를 담당하는 홈플러스 보안팀이 좀도둑에게 쓴 지독한 방법은 악덕 사채업자를 연상시킨다.

매장의 좀도둑은 대형마트이든, 소형 편의점이든 건전 상행위를 방해하고, 정상 매출을 갉아먹는 골칫거리임에는 분명하다. 홈플러스만 해도 2010년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서울과 수도권 10개 지점에서 130명의 절도 현장범을 적발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이런 식으로 흐른 건 정말 유감이다. 보안팀의 문제라고 홈플러스에서 책임을 떠넘길 사안이 아니다.

지난 10월 1만 원 상당의 쥐포 한 봉지를 계산하지 않고 가방에 넣어오던 30대 주부는 홈플러스 보안팀에 걸려 훔친 물건의 300배인 300만 원의 합의금을 물고 풀려났다. 그것도 "과거 절도 사실까지 털어놓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들어야 했다. 더 가관인 것은 이를 적발했던 홈플러스 보안팀장이 주부로부터 강제한 합의금 300만 원 가운데 150만 원을 떼먹었나 하면, 나머지 150만 원에 대해서는 가짜 매출로 잡는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이 마트 절도범을 협박해서 합의금 명목으로 거액을 뜯어낸 홈플러스 보안팀장 이모 씨 등 3명을 공동 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보안요원이 조사 신문 같은 사법경찰관 임무까지 하도록 한 홈플러스 임직원 17명과 경비업체 임직원 4명은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소비자들의 분노는 폭발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이트 고객 의견란이 "절도는 무조건 잘못이지만, 그걸 미끼 삼아 등치냐" "완전 조폭" "불매운동과 공개 사과, 해명 요구" 등의 글로 도배된 사실은 소비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홈플러스가 보안팀의 이런 불법 행위를 모르고 있었다면 경영에 심각한 누수 현상이 있는 것이고, 알고도 눈감았다면 차라리 문 닫는 게 낫다. 전국에 127개의 대형마트와 268개의 SSM(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을 운영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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