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돌아오지않네… 지하철 '양심문고'

입력 2012-11-13 10:38:40

대구도시철도 8개 역 운영, 반납 안해 반년 만에 책장 텅

13일 대구시내 한 도시철도 역에 마련된
13일 대구시내 한 도시철도 역에 마련된 '양심문고'. 책을 빌려간 시민들이 제대로 반납하지 않아 책장 곳곳이 비어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구도시철도공사가 도시철도 이용객을 위해 '양심문고'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시민들이 책을 반납하지 않아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12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대병원역. 개찰구 옆에 설치된 문고에는 150여 권의 책이 듬성듬성 꽂혀 있었다. 올 5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경대병원역 문고가 보유한 도서는 500권. 창고에 보관된 150여 권의 책을 더해도 200여 권이 모자랐다. 경대병원역 관계자는 "일부 시민들이 읽은 책을 반납하지 않아서 매달 200권 정도 다시 채워넣어야 한다"며 "업무협약을 맺은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서 매달 200여 권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도시철도 1호선 동촌역에서는 직원들이 빈 책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꽂이에 빼곡히 채워져 있던 책이 사라져서 책장이 쓸모없게 된 것. 동촌역 관계자는 "기증받은 책으로 운영되던 문고였는데 대출된 책이 반납되지 않아 헌책방에서 수차례 책을 사왔다"며 "텅 빈 책장이 보기 흉해서 문고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양심문고는 1호선 대명'안지랑'명덕'해안'방촌'신기'각산역과 2호선 경대병원역 등 8개 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1호선 현충로'영대병원'동촌'용계역 등 4개 역은 대출 도서가 돌아오지 않아 운영을 중단했다. 현재 문고를 운영하고 있는 8개 역은 개인의 기증이나 기관과의 협약을 통해 2천250여 권의 책을 대여하고 있다. 양심문고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원하는 도서를 가져간 뒤 다 읽은 책을 다시 꽂아두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도서대출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점을 악용, 책을 반납하지 않는 시민들이 많다.

김연주(20'여'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좋아하는 소설 시리즈가 있어 문고를 찾을 때마다 유심히 봤는데 1권이 없어서 책을 볼 수 없다"면서 "양심문고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이용하는 시민들이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열(37'대구 남구 대명동) 씨도 "종종 양심문고를 찾아 책을 읽지만 올 때마다 책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다음 이용자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가져간 책을 반납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호선 영대병원역은 지난해 초 양심문고를 없앴다. 영대병원역 관계자는 "개인들이 기증한 도서로 문고가 운영돼 왔는데 대출된 도서가 반납되지 않거나 심하게 훼손되자 기증자에게도 면목이 없어졌다"며 "도서를 추가로 확보할 수 없게 돼 양심문고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수필가 마대복 씨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만 보는 시민들이 양서(良書)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틈날 때마다 지하철 문고에 책을 기증했다"면서 "기증한 책이 금방 사라지는 것을 보면 시민의식의 수준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1호선 명덕역 안대식 역장은 "이용자들이 다 읽은 책을 반납하고 가정에 읽지 않는 책이 있으면 문고에 기증하는 것도 환영한다"면서 "더 많은 시민들이 문고를 이용해 독서가 활성화되고 나눔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최준호 홍보부장은 "가정에 보관하는 양심문고 책이 있으면 대여했던 역이 아니라도 인근 도시철도역에 언제든지 반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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