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토크] 웨인 쇼터

입력 2012-11-08 14:34:47

테너 색소폰의 마술사…탁월한 작곡능력 겸비

재즈는 작곡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되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재즈가 취해야 하는 대표적 이디엄 가운데 하나인 즉흥성(improvisation)을 강조하는 의미인데 재즈의 본질이기도 하다. 비밥의 등장 이후 많은 재즈 연주자들은 기존의 뮤지컬이나 영화에 사용된 음악을 연주하길 즐겼는데 이때 연주는 원래의 곡을 재해석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경우를 흔히 '스탠더드 재즈'라 부르는데 온전히 재즈를 위해 작곡된 경우는 '오리지널튠'이라고 부른다.

원채 연주가 중심인 음악이 재즈다 보니 작곡가가 알려진 경우는 드문데 웨인 쇼터(Wayne Shorter)는 테너색소폰 연주자로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작곡가로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아티스트다. 웨인 쇼터의 이름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는 것은 1960년대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서 활동하면서부터이다. 이미 1950년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재즈 5중주를 경험한 마일스 데이비스는 그것에 버금가는 팀을 구상하고 있었고 당시로는 신예였던 허비 행콕(Herbie Hancock·피아노), 론 카터(Ron Carter·베이스), 토니 윌리엄스(Tony Williams·드럼), 그리고 웨인 쇼터(2기부터 참여)를 영입한다. 모두가 천재적 능력을 보인 1960년대 재즈의 자양분이었다.

이들 가운데 웨인 쇼터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구상한 음악을 완성시키기에 안성맞춤인 인물이었다. 이전 시대 존 콜트레인의 자리를 대신 하기에 충분한 연주력을 가졌고 여기에 탁월한 작곡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특히 기존의 재즈와는 다른 새로운 음악에 몰두했던 웨인 쇼터의 작품은 신선함을 넘어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웨인 쇼터의 능력은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에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원채 뛰어난 능력 덕분에 같은 시대의 거장이었던 아트 블래키(Art Blakey)가 구애의 손길을 보낼 정도였다. 결국 1960년대 재즈를 규정하는 마일스 데이비스 퀸텟과 아트 블래키와 재즈 메신저스 두 팀에서 동시에 활동하며 수많은 걸작을 공개한다.

1970년대가 되면서 웨인 쇼터는 재즈 역사에 기록될 또 다른 팀을 구성하게 된다. 이미 1960년대 말 재즈와 록을 접목한 시도가 마일스 데이비스에 의해 실험되었고 70년대는 재즈-록 퓨전이 새로운 스타일로 제시된다. 웨인 쇼터는 피아니스트이자 건반 연주자인 조 자비눌(Joe Zawinul)과 함께 소울 재즈와 재즈-록을 구사하는 '웨더 리포터'(Weather Report)를 결성한다. 웨더 리포터는 1970년대 재즈를 완성시킨 팀으로 존경받고 있는데 웨인 쇼터의 작곡 솜씨는 이곳에서도 새로운 재즈 미학을 제시한다.

존 콜트레인의 색소폰 연주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타일 창조를 모아놓은 듯한 웨인 쇼터의 재즈는 이후 펼쳐지는 솔로 작품에서도 최고의 가치를 보인다. 1960년대 이후 재즈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웨인 쇼터를 2010년 뒤늦게나마 한국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이 땅의 재즈팬들에게 축복이었을 것이다.

권오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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