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홍수 해결 '활기찬 농촌'…땅값 상승·시설 작물 재배 '신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의 야심작이다. 찬반양론 속에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인 이 사업을 마무리된 시점에도 시작 때만큼이나 공과 논쟁이 뜨겁다. 녹조현상이 심해지고 보가 부실 시공됐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기도 하지만 이 사업으로 인해 강 주변이 정비되고 소득이 증가하는가 하면 없던 자전거 길이 마련되고, 관광자원이 개발되는 등 긍정적 효과도 만만찮다. 가장 큰 것은 역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홍수 피해를 예방했다는 데 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의 명암을 5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으로 가장 풍경이 변한 곳은 낙동강 주변 마을들이다. 특히 강에서 나온 준설토를 농지에 넣어 경작지를 정비하는 '농경지 리모델링 사업'이 대대적으로 실시되면서 농촌 풍경이 크게 변했다. 수변 공간에 자전거도로와 편의시설, 산책로 등이 조성되면서 강변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지가가 오르고 시설재배가 가능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지만 지하수 수위 상승으로 습지로 변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농경지 리모델링 효과 나타나
지난달 22일 오후 경북 칠곡군 기산면 행정리. 이장 장경식(57) 씨는 확 달라진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흐뭇해했다. 칠곡보 인근인 행정리는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지역이었다. 특히 영리 진달래들판은 비만 오면 물에 잠기기로 유명했다. 국토해양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이 일대 1천307㎡ 부지에 439만5천㎥ 토사를 쏟아부어 지대를 크게 높였다. 특히 도로보다 2, 3m가량 낮았던 영리 진달래들판은 이제 도로보다 3, 4m 높아 비만 오면 잠긴다는 오명을 벗었다. 장 이장은 "우리 마을이 앞장서서 농경지 리모델링 동의서를 내니까 다른 지역 사람들이 '미쳤다'고 그랬어요. 농경지를 어떻게 망칠 줄 알고 도장을 찍어주냐고요. 지금은 그때 반대했던 사람들이 다들 후회를 하죠"라고 했다.
정부는 구미시 등 8개 시군 55개 지구에 5천958억원을 투입해 농지 재정리사업을 벌였다. 이 사업에 들어간 준설토만 9억6천400만㎥에 이른다. 경지정리와 함께 농로와 용수'배수로 등 농업기반시설도 재정비했다.
농경지 리모델링 후 토지 가격이 오르고 시설 작물 재배가 가능해진 점도 장점이다. 장 씨는 "평당 10만원 수준이던 지가가 15만원으로 뛰었다"고 했다. 물이 자주 들어차서 벼농사만 겨우 짓던 논이 참외 시설농사가 가능해진 덕분이다. 1년 임대료가 660㎡에 10만~15만원 수준이던 것이 하우스 농사가 가능해지면서 연간 45만~50만원으로 올랐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도로는 도시민과 농촌 지역 간의 만남의 공간이 되고 있다. 주민 김길묵(54'구미시 해평면 해평리) 씨는 "자전거도로가 마을에 활력소가 된다"고 했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민가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도 꽤 있어요. 돈을 안 받으니 억지로 집에 두고 가기도 하고. 음식을 싸와서 주민들과 같이 먹자는 사람들도 있고. 동네 어르신들은 마을 팔각정을 외지인들이 쉴 수 있도록 양보하기도 해요."
◆다양한 아이디어 필요
물의 흐름이 더뎌지고 담수량이 많아지면서 안개가 끼는 날이 부쩍 늘어난 점은 불만이다. 특히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 지역의 경우 곶감 건조에 애를 먹고 있다. 주민 조세현(78'상주시 사벌면) 씨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 이후 수위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강이 '호수'가 됐다"고 했다. "오전 내내 안개가 끼니까 불편이 커요. 곶감은 안개 속에서는 말릴 수가 없거든요. 햇볕을 받는 시간도 줄어드니 걱정이죠."
낙동강과 회천이 합류하는 고령군 우곡면 우곡수박단지 농가들은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이곳 농민 145명은 올해 초 합천창녕보의 담수로 인해 농업 피해가 발생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비닐하우스 800여 동 중 340여 동에서 수박이 영글지 못하고 말라죽는 피해가 나타났다는 것. 이곳은 낮은 분지형 들판이다. 합천창녕보가 담수를 하면서 지하수 수위가 지하 1.8~2m까지 올라왔고, 물 빠짐이 나빠져 비만 오면 들판 전체가 습지로 변한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연리들 주민대책위원회 김진희 위원장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지대가 원래 높았던 포 1리와 2리는 성토 작업을 했으면서 상습 침수 지역인 연리들은 공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농경지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 어떤 지역에 더 성토가 필요한지, 침수 지역은 어디인지에 대한 현황 조사는 전혀 없었다"며 "공사비가 적게 드는 위주로 리모델링 대상 농지를 결정하니까 정작 침수 피해를 입던 곳은 외면받았다. 정부합동조사단이 원인 조사를 하고 있지만 보의 물을 빼거나 땅을 높이기 전에는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활한 둔치에 조성된 수목과 각종 시설물도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넓은 습지에 조성한 구미시 고아읍 예강리 강정생태공원은 을씨년스러웠다. 수백여 그루의 조경수가 말라 죽어 있었고, 벤치에는 흙먼지만 자욱했다. 생태 다리는 무너진 토사에 기울어졌고, 물살에 깎인 사면에는 마구 매립한 농사용 비닐이 드러나 있었다.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 낙단나래공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축구장과 배드민턴 경기장 등 운동시설과 어린이 놀이터는 이용객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경북도립대 권기창 IT특약계열 교수는 "생태공원 수변 공간 관리가 어려울 경우 야생화를 심으면 자생이 가능하고 양봉농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잔디밭 등 각종 시설 관리를 생활체육 동호회에 맡기는 등 예산 탓만 말고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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