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1천만 관객 시대, 가치에 대한 논쟁

입력 2012-11-01 07:28:22

최근 극장가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새로운 논쟁도 함께 시작되었다. 처음 관객수 1천만이 넘는 영화로 기록된 '실미도'와 뒤이어 기록을 경신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될 때만 해도 기록 자체에 열광하던 관객과 언론매체들이 지금은 1천만 관객 영화들에 대한 흥행의 가치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제기된 논란과 비판을 요약해 보면 요즘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은 그만한 명작의 가치가 없으며 많은 스크린수 확보를 통해 흥행하는 전형적인 배급사 전략의 일환이라는 의견이다. 필자 역시 간혹 매우 많은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의 내용이 궁금해 개봉 끝머리에 극장으로 들어섰다가 상영이 시작된 지 20분을 버티지 못하고 뛰쳐나온 적은 있지만, 과연 관객이 호응하지 않는 영화가 소위 '낚시'라는 흥행전략만으로 많은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볼 일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최근 영화의 잇따른 흥행 돌풍들이 영화시장 규모의 확대는 물론 사회적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만 해도 1999년 서울관객 240만 명 이상을 기록한 '쉬리'가 등장하기 이전에 서울에 소재한 극장을 기준으로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영화는 '서편제'가 유일했다. 그러나 그 시절과 지금은 극장은 물론 복합상영관으로 대표되는 스크린의 수 자체에 많은 차이가 있다. 도심의 번화가로 나들이를 가야만 영화를 관람하던 시대에서 집 앞에 있는 극장에 슬리퍼를 신고도 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장기간의 경제 침체 등 불황은 모든 문화생활의 중심을 극장으로 모이게 했다. 비록 즐길 수 있는 시간 자체는 짧지만, 극장만큼 이동에 부담이 없고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는 문화도 드물다.

그러므로 일부 영화들에 집중된 기대를 초월하는 관객수를 마케팅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만약 관객이 로봇처럼 영화 생산자들의 기획에 반응한다고 하면 2000년대 초중반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흥행 참패를 기록한 다수의 영화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관객은 영화를 보는 순간부터 수동적인 존재가 되지만 적어도 극장을 찾아 영화를 선택할 때까지는 능동적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모든 관객을 만족하게 할 영화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관객수가 많아질수록 영화에 대한 호불호도 많아진다는 사실이 최근 논쟁을 촉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삼력<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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