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IST서 분리? 한국뇌연구원 두통

입력 2012-10-30 10:51:13

지역 정치권, 독립 법인화 법률안 국회 제출

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이 착공도 하기 전에 독립 법인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조감도.
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이 착공도 하기 전에 독립 법인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뇌연구원 조감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기관인 한국뇌연구원의 독립 법인화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달 초 유승민 새누리당 국회의원(대구 동구을)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이 중심이 돼 한국뇌연구원의 독립 법인화를 내용으로 하는 '뇌연구 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지역 경제계에서는 한국뇌연구원의 독립 법인화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조직 분리가 반드시 플러스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독립해 역량 강화해야 협력 통한 시너지 효과

한국뇌연구원은 국가의 뇌연구 역량을 결집하는 최고기관으로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2014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현재 DGIST 부설 기관으로 돼 있으나 독립 법인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독립 법인화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독립 법인화 추진은 뇌연구원이 과학 분야의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으로 여겨지는 뇌과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가 기관으로 대학 부설보다는 분리를 통해 연구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한국뇌연구원 서유헌 원장은 "전국 뇌과학의 허브 기관인데 대학 부설로 있다 보면 전국을 무대로 하기엔 역부족이다"며 "한국뇌연구원은 준비 과정에서 이미 독립 법인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또한 독립한다 하더라도 이사회만 별도로 조직하는 것 외에 큰 어려움이 없고 다른 대학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전국 각지에서 우수 대학교수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관련부서에서도 한국뇌연구원 독립을 내심 바라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국뇌연구원이 독립해 첨복단의료복합단지에 들어서면 향후 뇌병원과 뇌관련 클러스터 조성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어차피 독립할 거면 빠르게 추진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조직 분리가 능사는 아니다"

반면 DGIST는 현재처럼 한국뇌연구원이 부설 기관을 유지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DGIST에 뇌과학 전공이 있는데다 의료로봇 등 관련 장비나 기자재가 구축돼 있기 때문에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것.

또 부설로 있으면 DGIST와 한국뇌연구원의 겸임 교수를 할 수 있어 우수 교수진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할 뿐 아니라 학생들을 연구에 참여시킬 수 있어 학연 상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DGIST 한 관계자는 "현재 부설기관으로 있지만 감사권만 DGIST가 갖고 있을 뿐 인사권 등 모든 운영 권한은 한국뇌연구원에 위임된 상태여서 연구원 운영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에서도 한국뇌연구원의 독립 법인화가 시기상조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대구가 여태껏 연구기관이 없어서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결국 기관장의 의지와 역량 문제"라며 "대구시 사정도 넉넉지 않는데 기관이 자꾸 새로 생기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뇌연구원이 독립 법인이 되면 지역 경제 발전과 무관하게 단순히 기초연구를 위한 연구기관으로 남을 가능성도 적잖다고 내다봤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현재 전국적으로 봐도 고등과학원이 카이스트 부설로 있는 등 몇몇 정부 연구기관이 대학 부설로 돼 있다"며 "부설기관으로 있으면서 어느 정도 역량을 키워 독립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한편 한국뇌연구원의 독립법인화 추진이 두 기관장 사이의 뿌리깊은 갈등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 기관장은 한국뇌연구원 원장 선임 과정부터 갈등을 빚었고 이후 더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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