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읽기] '사회과학 지성' 막스 베버 지적세계 집대성

입력 2012-10-20 07:11:38

막스 베버-통합 과학적 인식의 패러다임을 찾아서/ 김덕영 지음/도서출판 길 펴냄

사회과학도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막스 베버에 대해 들어봤고, 그의 철학에 대한 연구 및 과제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사회과학도 출신이지만 되돌아보면, 막스 베버를 제대로 알고 있기는 한지 자문해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그의 이름만 가물거릴 뿐 뭔가 머리 속에 정리된 이론이나 철학은 떠오르지 않는다.

사회학의 근간이 되는 '이론'과 '사상' 분야에 대한 축적된 기반이 없다보니 우리 사회학계는 주로 통계와 미시적 연구방법을 통한 사회연구에 함몰된 경향이 강하다. 우리 사회의 거대한 구조 변동이나 사회적 현상에 대한 담론 형성이 사회학계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척박한 우리 사회학계의 이론사회학과 고전사회학에 기반한 이론적'사상적 함의를 던져줌은 물론 통합과학적 학문 패러다임을 20세기 초에 새롭게 정립한 막스 베버를 통해 이론적'경험적 지적 훈련의 조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막스 베버는 사회학 또는 사회과학 연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딛고 넘어야 할 벽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가 2년여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막스 베버의 지적 세계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연구한 집약적 결실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저자는 제1장 머리말에서 집필의도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베버의 지적 세계를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그와 더불어 인문사회학적 사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해보는 데 있다."

저자는 막스 베버의 대표작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단순히 사회학의 범주로만 한계 지워 평가할 수 없는 역작이자 고전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대표작에는 신학을 바탕에 두고, 경제학'역사학'심리학'철학'미학 등 다양한 학문적 분야가 입체적으로 교차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베버의 '창조적 절충주의'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이 '창조적 절충주의'는 역사적'이론적 이해과학으로서의 문화과학이라는 통합과학적 여구 프로그램으로 수렴했다. 베버는 통합과학적 문학과학을 구성해가는 과정에서 역사경제학을 지향하는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과 이론경제학을 지향하는 한계효용학파 경제학을 종합했다.

제2장에서는 베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로마사 연구 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제3장에서는 경험적 조사연구를 사회과학적 인식의 중요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경험연구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을 소개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사회과학은 베버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과학적 인식의 다양한 차원을 아우르는 통합과학적 지식인의 전형인 그를 제대로 알고 싶다면 저자의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1천8쪽, 4만8천원.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