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내년 3월 사퇴한다. 2014년 7월까지가 임기지만 학내외 반발로 1년 이상 빨리 퇴임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수협의회와 학생회는 즉각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서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해 100% 영어 강의, 성적 부진 학생에 대한 등록금 징수, 교수 정년 심사 강화 등으로 카이스트 개혁에 나섰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학 개혁과 맞물려 소위 '서남표식 개혁'이라며 많은 지지를 받았다. 언론에서도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구조 개혁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지적하며 서 총장의 개혁 의지를 지지했다. 그러나 소통 부재와 총장 임명에 큰 영향력이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갈등 등이 서 총장의 발목을 잡았다. 더욱이 교수회와의 갈등과 함께 지난해 초에는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하면서 학생회까지 가세했고, 이사회도 서 총장의 퇴진을 압박해 결국 임기 전 자진 사퇴로 결말났다.
카이스트의 개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서 총장식의 개혁은 일단 좌초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100% 영어 수업 등 여러 개혁안은 후퇴했고, 후임 총장이 누가 되든 강력한 개혁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서 총장의 방식에는 분명히 장단점이 있다. 반대 측의 주장처럼 일방적 개혁에 따른 소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테두리에서는 개혁과 기득권의 충돌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개혁이 늘 옳고, 기존의 체제가 반드시 무너뜨려야 할 어떤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카이스트뿐 아니라 국내 모든 대학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이는 혁신적인 방법을 통해서만 고칠 수 있다. 각 대학은 물론, 정부도 이번 서 총장의 퇴진을 거울로 삼아 전체 대학 개혁의 좋은 모델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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