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정책은 없고… '과거'로 가는 대선

입력 2012-10-16 10:00:51

여 '盧 NLL 발언 국조' 요구…야 "정수장학회 朴 돕기 꼼수"

대선을 60여 일 앞두고 정치권이 '과거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과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유산인 '정수장학회' 문제가 그것이다.

대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두 가지 사안은 대선 후보의 국정운영 방향이나 정책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과거의 일이다. 여야가 이들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국정감사를 파행시키고 당사자들을 고발하는 등 정치공세에 나서면서 대선구도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대선구도가 ' 과거사'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감에 따라 경제민주화나 민생을 둘러싼 미래 정책경쟁은 실종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을 불과 두 달여밖에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구도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력이 강한 쟁점에 대해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를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과거문제 논란은 정치공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NLL 포기발언과 관련한 대화록이 존재한다면 여야 합의로 열람을 하면 논란은 해소될 수 있다. 또 정수장학회 문제도 최필립 이사장 등의 거취에 달려 있다.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정조준하고 있다.문 후보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을 맡아 당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15일 "문 후보가 2007년 남북 국방장관회담 결렬은 NLL 수호의지를 밝힌 김장수 전 국방장관 때문이었다고 말했다"며 "당시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문 후보는) 진실한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야 하고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후보는 "10'4 공동선언을 낳은 회담에는 당연히 배석자가 있었고 대화록은 당시 그대로 작성됐다"며 "새누리당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기가 막힌다"고 반박했다.

민주통합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을 주장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을 직무상 취득한 비밀누설 혐의와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정치 공방이 검찰 고발 사태로 번진 것이다. 민주당 공세의 배경에는 새누리당의 NLL 국정조사 요구를 '색깔론'으로 인식하는 기류가 강하게 깔려 있다.

NLL 논란은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방침이 터지면서 맞불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수장학회 최 이사장이 MBC 관계자와 만나 지분매각 문제를 논의한 결과가 보도되면서 불거진 정수장학회 논란은 야당 측이 이를 박근혜 후보의 선거를 돕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하면서 대선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는 저나 야당이 이래라저래라 할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문 후보는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느냐. 법적으로 이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고 하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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