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우리는 축제 속에 산다

입력 2012-10-12 11:02:24

"파리의 겨울이 혹독하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었던 것은 가난마저도 추억이 될 만큼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이 아닐까요. 아직도 파리에 다녀오지 않은 분이 있다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군요. 만약 당신에게 충분한 행운이 따라주어서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다면,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일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 곁에 머무를 거라고. 바로 내게 그랬던 것처럼."

소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50년 기자와 인터뷰한 내용이 어느 책에 실려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낭만적인 도시 분위기 덕분에 '축제'처럼 인생을 즐길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문화의 의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유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축제'다. 그만큼 세계 최고와 최다의 축제를 개최하며 문화 강국들의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독일 뮌헨 옥토버 페스티벌, 바이로이트 바그너 음악제,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 스페인 토마토 축제, 프랑스 니스 카니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 영국 에든버러 축제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축제는 대부분 유럽에서 펼쳐지고 있으며, 세계의 많은 사람이 그 축제를 즐기러 유럽으로 모인다.

문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공감하고, 즐기고, 배우며 행복해하는 '축제'. 축제(祝祭)란 한자의 의미를 풀어보면 '경사스러운 날에 드리는 제사'를 의미한다. 요즘 말로 '기쁜 날에 모여 함께 즐기는 의식'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대구도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전국체육대회, 컬러풀대구페스티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승시(僧市)축제, 서문시장 패션 대축제, 대구패션주얼리위크 등 크고 작은 행사가 대구 전역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야말로 축제의 도시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축제를 문화로 즐기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도시의 특징적인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히 도시 자체를 홍보하기 위해, 도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축제를 양산하는가 하면, 각 지역들이 경쟁적으로 우후죽순 축제를 남발해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이다. 하지만 국비와 시비 지원을 받는 사업에 대해 평가 제도를 두고 심사해, 우수한 축제는 지원을 더 해주고, 부실한 축제는 지원금을 삭감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는 검증받은 축제들이 그 내실을 더하고 있다.

이제는 축제 현상 자체를 단순한 놀거리 수준으로 비하하지 않고, 개인과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11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 개막식에서 대중 가수 싸이가 출연해 달구벌 6만 관중이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말춤'을 추며 열광했다. 시민부터 내빈까지, 아이부터 어른까지 하나가 되어 말춤을 즐기는 동안, 축제의 흥분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체감했으리라.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버리고 가슴까지 후련해진 기쁜 밤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축제는 도시의 생명이다. 나와 도시의 가치를 새롭게 변화시킨다. 축제를 통해 마음의 풍요로움을 더 크게 누리는 시민들이 도시 곳곳에서 축제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행복해한다. 축제는 새로운 문화 환경을 만들고 도시에 살아있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12일 개막해 한 달여 동안 대구 전역에서 오페라의 향연을 펼친다. 올해는 축제 개최 10주년을 맞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행사를 준비해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미 많은 시민이 참여해 일찌감치 오페라축제를 함께 준비하며 즐기고 있다.

이번 주말은 대구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여러 가지 축제에 가족들과 손잡고 나들이 계획 한 번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축제를 만날 수 있는 행복한 도시에 산다. 매일 축제의 품 안에 살아가는 시민들의 활기찬 표정 속에 지역의 빛나는 미래가 있다.

김성빈/대구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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