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건강·잡화 '원스톱 쇼핑'…약국 아닌 약국 국내서도 인기

입력 2012-10-12 07:30:42

3년 사이 15조원 규모, 유통 '신성장동력' 부상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늘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최대 고민은 '어떤 사업을 하느냐'다. 장기 불황 속에 전망 있는 아이템을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경제 트렌드는 드러그스토어(drug store)다. 미용과 건강을 위한 의약품'화장품'미용 제품'잡화를 파는 매장을 일컫는 드러그스토어는 3년 내 무려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섭게 성장하는 새로운 유통시장인 셈이다.

◆전대미문의 성장세

국내 업체 가운데는 CJ올리브영이 드러그스토어의 선두주자다. 1999년 1호점을 낸 CJ올리브영은 올해만 점포를 72개 늘리며 전국에 22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출은 2009년 980억원에서 지난해 2천100억원으로 2년 만에 배 이상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억원에서 80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은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그룹 내 가장 크다. 국내 업체들이 드러그스토어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달라진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경제 발전에 따른 여성 구매력 향상,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트렌드가 소비 분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화장품과 의약품 시장 등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드러그스토어 시장이 커질 만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 화장품 시장은 6조3천84억원으로 전년보다 14% 성장했다. 2007년 이후 연평균 13%씩 커지고 있다.

◆해외 트렌드

일본의 소매판매액은 2000년 139조엔(약 1천988조원)에서 2011년 134조 엔으로 3.9%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 대형슈퍼의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드러그스토어의 매출은 2조6천628억엔에서 5조8천26억엔(약 83조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미국 드러그스토어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업계 1위 월그린의 경우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2001년 이후 37분기 연속으로 매출과 수익이 증가했다. 2011년 매출은 721억8천400만달러(약 80조원)로 2000년 대비 3.4배 늘었다. 미국'일본 시장의 확대는 일차적으로는 질병 예방'위생'건강'미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까지는 업체들의 전략도 주효했다. 월그린은 1990년대 월마트, K마트, 타깃 등 대형마트와 경쟁이 치열해지자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전략에서 의약품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바꿨다. 1980년대에 15%였던 조제약 매출 비중이 2009년에는 72%까지 상승했다. 일본 기업들은 의약품 판매가 제한된 상황에서 건강'미용 상품에 역량을 집중했고, 이 상품들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렸다.

◆주가로 반영

드러그스토어 시장의 확장세는 주식시장에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국내 고령 인구 증가로 헬스케어(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치료를 위한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 업체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둔 의료 기기 업체들의 주가 상승폭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의료 기기 업체인 바텍의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2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뷰웍스는 18.1%, 휴비츠는 13.8% 올랐다. 바텍은 치과용 엑스레이 검사 장비 제조업체고, 뷰웍스는 엑스레이 촬영 영상을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바꿔주는 디텍터라는 부품을 생산한다. 휴비츠는 안과'안경점용 진단기기 등을 만드는 업체다. 제약 업체 주가도 상승했다. 녹십자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8.0% 올랐고, 한미약품, LG생명과학, 동아제약의 주가는 각각 2.3%, 12.0%, 9.0% 상승했다. 질병 조기 진단과 예방을 돕는 의료 기기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지원도 늘고 있고 대기업들이 의료 기기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이다.

◆모바일로 확산

미용'건강 시장은 모바일 아이템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휴대폰 보급률이 70%를 넘어서면서 벤처기업들이 신종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헬스케어는 3, 4년 전 국내에 선보였으나 상품화가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관련 벤처들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이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다. 한 모바일 프로그램은 카메라 폰으로 먹은 음식을 찍어 보내면 전문가가 칼로리를 계산해주는 서비스를 지난 7월 12일부터 시작했다. 휴대폰을 사용하는 20, 30대 여성이 타깃이다. 이 회사는 서비스 시작 후 하루 200~3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며 누적 회원 수가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는 스트레스폰, 다이어트폰, 당뇨폰에 이어 하반기 심전도폰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서비스는 부문별 외장형기기를 휴대폰에 연결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본인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알려줘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돌연사 예방 기기(DPA) 제조업체인 한 회사는 휴대용 DPA에 이어 맥박진단폰을 개발 중이다. 그동안 축적해온 돌연사 관련 질환 예방기기 개발 기술을 압축해 모바일서비스로 연결하는 사업모델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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