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학 대학생 많은데… 대구경북 학숙 5년째 제자리

입력 2012-10-10 10:37:51

건립 모금 지지부진

대구경북 출신 수도권대학 유학생들에게 애향심을 심어주고 인재육성의 요람 역할을 해줄 '대구 및 경북 수도권학숙' 설립이 5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강원'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재경 학숙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구는 지난 2007년에서야 대구경북 출신 대학생을 위한 '서울학숙' 건립 논의를 시작했다.

대구경북 출신 장관과 전직 시'도지사 모임인 대경회가 1차 300억원, 2차 1천억원을 목표로 기금을 모금하기로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2008년엔 재경 시'도민회가 합세해 대경회와 합동으로 서울학숙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대경육영재단을 설립했지만 학숙 설립을 위한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구시 인재양성계에 따르면 서울학숙 건립 예상 비용은 300억원이지만 지금까지 모은 돈은 10억여원에 불과하다. 기금 모금이 지지부진하자 모금액에서 나오는 이자를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실정이다. 대구시는 민간 차원의 모금액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시'도 차원의 출연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숙 건립을 위한 모금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서울지역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경북도 의회도 각각 2009년과 지난해 재경학숙 건립 건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경북의 경우 박인원 전 문경시장이 사재를 털어 마련한 문경 서울학사와 영덕'영양'청송'군위군, 영천시 등 경북도 일부 지자체가 설립한 10~6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학숙이 있을 뿐이다.

경북도 인재양성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해 서울학숙 설립 타당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지만 비용대비 효과가 낮다는 결과를 얻었다"면서 "서울시의 '유스하우징' 사업이나 대학생 보금자리 주택 사업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이 학숙 설립에 소극적인 반면 다른 지자체는 일찌감치 지역 출신 학생을 위한 학숙 마련에 발벗고 나서 애향심을 길러주고 있다.

강원도는 1975년 강원학사를 설립했으며, 경기도는 1986년 경기도장학관, 전북은 1992년 전북장학숙, 광주'전남은 1994년 남도학숙, 제주도는 지난해 탐라영재관을 개관했다. 충북은 충북미래관이 있다. 경남도는 지난 3월 대규모 장학 사업을 위해 경남미래교육재단을 설립했으며, 충남도도 학숙 건립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본격 나서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모금액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계속 기금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북도 관계자도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지역 출신 대학생이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면학분위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장기 검토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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