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수도권 학숙' 건립 공론화
호남, 충청 등 다른 지역의 수도권 학숙이 30년 이상 잘 운영되면서 대구경북도 학숙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지역 인재를 결집시켜 지역 발전의 동량(棟梁)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학숙 건립을 두고 대구와 경북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통합적 학숙 건립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대학으로 가는 대구경북 학생 매년 3천500명
대구시'경북도교육청과 지역 입시전문가들에 따르면 매년 대구경북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은 3천500여 명에 이른다.
올 2월 기준 2012년도 대구지역 수험생(재수생 포함) 중 서울지역 상위 11개 대학 합격자는 4년제 대학 총 합격자의 6.6%인 690여 명에 달했다. 여기에 다른 수도권 대학까지 합칠 경우 그 수는 1천200여 명으로 추산된다는 것.
경북 지역은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자가 2012년 325명으로 4년제 대학 총 합격자(1만5천608명)의 2.1%에 해당한다. 수도권 타 대학 합격자를 모두 포함하면 4년제 대학 합격자의 14.7%인 2천300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학부모 허리 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대학교에 재학 중인 지방 출신 학생들의 기숙사 수용률은 21%이고, 서울 주요 대학의 수용률은 대부분 10% 미만으로 지방 출신 대학생은 5명 중 4명 이상이 자취나 하숙을 하고 있다.
매월 50만~100만원 정도 드는 서울 유학 비용을 감당하느라 학부모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다.(표 1참조) 지방 학생은 주거'생활비 마련 문제로 서울권 대학 진학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우수 인재들 가운데 서울 생활로 인한 금전적 부담 때문에 수도권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서울 및 수도권 대학 합격자 증가도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
어렵게 대학 기숙사에 입사한 새내기 대학생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입생 정문정(19'여) 양은 "올해는 운 좋게 기숙사에 입사했지만 2학년 이상은 기숙사 입사 경쟁률이 높아서 내년부터는 자취를 해야 할 것"이라며 "부모님이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지만 내년에는 부담을 덜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점 많은 학숙 생활
다른 시도 학숙의 평균 입사 비용은 한 달에 15만원 정도다. 학숙 시설을 모두 이용한다고 가정할 때 자취생이 지출하는 한 달 생활비와 최대 8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 비용은 대구경북에 있는 학부모들이 추가로 지출하는 비용이기도 하다. 300명 수용 규모의 학숙이 있을 때와 비교해 많게는 매달 2억4천만원, 매년 30억원 정도가 대구경북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된다는 뜻이다.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역 출신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자연히 학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휴학생 한상진(23) 씨는 "부모님이 대출받은 돈으로 전세방에 살고 있지만 집주인이 세를 올리거나 월세로 바꾸려고 해서 이번 학기에 휴학하고 집세를 벌고 있다"면서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고향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서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반면 충북학사 출신 장병은(31) 씨는 "대학 재학 중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학숙을 통해 지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학사 졸업생 모임에서 장학기금을 모으는 데 기꺼이 참여해 지역 출신 인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학숙 출신, 지역 발전 기둥으로 삼아야
지자체마다 학숙을 짓기 시작한 20, 30년 전에는 땅값과 물가가 저렴했지만 현재는 대규모 나대지를 확보하고 매입하는 데만 큰 비용이 들어간다.
가장 최근인 2009년 지어진 충북미래관은 1992년 개원한 충북학사를 이전한 곳으로 부지 매입비용 178억원을 포함, 총 비용 396억원을 들여 지었다. 충청북도는 지역 인사들이 건축비에서 이윤을 내지 않거나 재능기부를 하는 등 비용을 아꼈다.
광주'전남 지역도 기존 남도학숙(810명 수용 규모)의 수요자가 계속 늘어나자 제2남도학숙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학사 건립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학사 설립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전'건립을 한 것은 학사를 졸업한 지역 출신 인재들이 국회의원,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각종 국가고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지역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충북미래관'강원학사'남도학숙 등 타 시도에서 운영하는 학숙 관계자의 이구동성이다.
남도학숙 정병수 장학사는 "지역 인재를 지역에만 묶어두려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 전략이다"면서 "지역 출신 인재가 활동영역을 넓힐수록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원학사 송재필 총무과장도 "강원학사는 '강원도에 사람 없다는 말만은 듣지 않게 하라'를 학사생의 다짐으로 하고 있다"면서 "지역 출신 인재가 지역을 떠나 국가, 국제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때 지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엇박자 내는 대구경북
대구시는 학숙 건립을 위해 일정액을 모금한 뒤 공론화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학숙을 건립할 예정이지만 예산이 남는 대로 기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일 뿐 세부적인 계획은 없다.
경북도는 대구시와 별도로 지난해 서울학사 설립 타당성에 대해 용역을 의뢰했다. 연구보고서는 학령인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점, 우수 인재 양성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점, 지역 각계의 반발 가능성, 장학금 지급을 통한 장학사업 활성화 등을 근거로 학사 설립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입사 기준에 성적 반영비율을 높여 인재 선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 복지의 측면, 유학생 생활비 등 지역자본 유출 감소 효과, 출향 인사의 애향심에 기반한 지역 발전 가능성이나 지역 출신 인적 네트워크 형성 효과, 부지 매입 후 지가 상승에 따른 보유 자산 가치 상승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과 더딘 기금 조성을 이유로 학사 건립이 지체되자 경북도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8월 물가장관회의에서 다룬 '대학생 주거 안정을 위한 기숙사 확충 방안'의 하나인 '연합 기숙사'나 국토해양부의 '대학생 보금자리 주택', 서울시의 '유스하우징'(Youth Housing) 등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 이들 방안은 정부나 서울시가 제공한 부지에 지자체가 건축비를 내고 SH공사, LH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이 기숙사를 완공하면 30년간 장기 사용을 한다는 조건이다. 1실당 1억원 정도의 건축비가 필요하며 2인 1실 기준으로 300명을 수용하기 위해 시'도가 부담하는 비용이 15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비용이 녹록지 않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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