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적도, 스펙도 없던 제가 카피라이터에 도전했던 건 도박과 같았어요. 끝을 알 수 없는 막연한 도전이었죠. 하지만 전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 생각해요.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느냐가 더 중요하죠. 그래서 전 저의 꿈 카피라이터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원하는 꿈이 있다면 꼭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천천히 나아가세요. 20대의 자신보다 40대의 자신이 훨씬 빛나는 인생을 만들어 보세요.(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상헌의 말 중에서)
지난 여름방학, 스토리텔링 활용 직무연수를 진행했다. 교실 수업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해 수업에 대한 흥미를 강화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경직된 학교 문화에 묶여 답답해하는 선생님들에게 열린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양한 직업과 사고, 강의 기법을 지닌 연수강사 9명이 연수를 진행했지만 모든 강의의 핵심 키워드는 위로와 소통이었다.
연수강사 대부분은 학창 시절 교과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C형 혈액형(Creative Blood)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그 시절 가졌던 자신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꿈과 소통하면서 행복한 자신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연수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성적이란 잣대로 자녀와 학생들을 바라보던 자신의 모습을 되새김질했다.
"그래도 공부시키는 것이 아이들을 가장 쉽게 키우는 방법 같아요." 연수에 참가했던 어느 선생님의 푸념이었다. 연수를 받는 내내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중개념틀'(bi-conceptual)을 갖고 있다. 사회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자신의 문제와 결부되면 슬쩍 정의를 버린다.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부모의 입장이 되면 더욱 그렇다. 어떤 정책이 분명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정책임을 알면서도 그 정책이 자녀들에게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면 부모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어쩌면 대한민국 교육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하나의 중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연히 카피라이터 안상헌의 인터뷰를 모 대학 안내 책자에서 만났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좋아 스크랩을 했다. 삶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면 삶의 방향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삶의 방향은 개인의 꿈과 시대정신의 조화로운 대화 속에서 정해진다. 꿈은 개인적인 범주에 속하는 것이겠지만 시대정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흐름에 대해 깊이 탐구해야 한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시대정신은 서점에 있다. 서점에 가서 최근 잘 팔리는 책을 확인하기만 해도 시대정신의 껍데기는 만질 수 있다. 물론 그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책을 사서 읽어야 한다.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출퇴근 시간 지하철,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 등 일상 속에서 책을 읽을 시간은 분명 존재한다. 나도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의 책은 읽는다. 내가 읽는 책에는 시대정신이 있고, 그 시대정신에 맞춰 내가 펴는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존재한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한동안 유행했던 성공 스토리에 대한 책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성장과 성공, 그것을 위한 무한경쟁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한 성장과 성공이 현재 나의 행복과 필요충분한 관계가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결과다.
반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스님의 주례사'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등 마음 치유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많이 올라 있다. 베스트셀러가 일정 부분 사회의 방향성을 드러낸다면, 사회의 방향성이 바로 시대정신이라면 현재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다. 이러한 방향을 부정하고 무조건 무한경쟁의 논리를 강요하는 것은 방향을 거부하려는 기성사회의 자기보호 본능일 뿐이다.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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