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눈으로 직접 관찰하면 과학적으로 신뢰감이 커지지만 이 세상에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매우 많다. 다양한 현미경이 개발된 이유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광학현미경이다. 그런데 광학현미경은 가시광선(우리 눈이 볼 수 있는 빨강에서 보라색까지의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 파장보다 작은 물체는 볼 수 없다. 그래서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매우 짧은 전자를 이용하는 전자현미경이 개발됐다. 전자현미경은 원자까지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지만, 물질의 내부는 들여다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전자가 물질 내부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체 내부의 구조를 보기 위해선 물체를 부숴야 하는데, 그러면 물체가 손상되거나 변형돼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
물체를 부수지 않고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없을까? 그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바로 X선 현미경이다. 가시광선이나 전자와 달리 X선은 물질을 잘 투과하는 특성이 있다. X선 현미경은 이 투과 특성을 이용해 물체를 부수지 않고도 물질 내부의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X선 현미경의 개발을 통해 세상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여러 가지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 낼 수 있게 됐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제정교 교수 연구팀은 X선 현미경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알려진 팀이다. 제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의 초빙과학자로 초청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SPring-8 방사광가속기 내에 X선 현미경을 설치했고, 일본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X선 현미경을 이용해 전기도금 과정에서 결함의 원인을 최초로 규명했고, 최근에는 물속의 기포가 에어로졸을 만드는 원리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를 통해 산업계의 기포 제어나 에어로졸을 포함한 기후변화 모델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강연은 '우리 눈은 어떻게 세상을 보는 것일까?'로 시작한다. 왜 깜깜한 밤에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을까? 보기 위해서는 빛이 필요하다. 햇빛이 물질을 비추면 우리 눈이 그 물질에서 반사된 빛을 보고 물질을 식별한다. 그런데 우리 눈이 모든 빛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밤에도 모든 물질에서 적외선 빛이 나오지만 (적외선 카메라 없이는) 적외선 빛을 볼 수 없다. 또 해수욕장에 많이 존재하는 자외선 빛도 볼 수 없다. 우리 눈은 가시광선만 볼 수 있다.
1985년 독일의 과학자 뢴트겐은 어느 날 사람의 손을 통과하는 빛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알 수 없는 빛을 그는 'X'선이라고 불렀다. 그 이후 X선은 병원, 공항 등에서 인체 내부를 진단하거나 검사하는데 다양하게 응용돼 왔다. 그렇지만 종전의 X선 촬영은 매우 작은 물질의 구조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방사광 X선을 이용하면 물질 내부의 매우 작은 구조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3차원 나노세계까지 탐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강연에서는 방사광 X선을 이용하는 X선 현미경의 개발과 이 현미경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과학 분야에서 이 현미경은 ▷생의학 분야에서 동'식물 내의 미세한 나노세계를 3차원으로 들여다보는 것 ▷재료과학 분야에서 나노물질의 제작이나 반도체의 3차원 나노구조 연구에 응용하는 것 등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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