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장하고 흥분해 냉정성을 잃고 감정적으로만 토론에 임한 것 같아요."(탑리여중 김한나) "토론을 해보니 봉사단 형, 누나들이 얼마나 대단한 걸 알게 됐어요. 토론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엄청 재미있어요."(삼성중 손재영)
"토론이 처음인데도 숙지 능력이 대단해요. 오후에도 열심히 도와서 더욱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송현여고 류승민) "자료도, 시간도 부족했는데 처음치고는 매우 잘하는 것 같아요. 다만 자율협의 때에는 말을 잘했는데 막상 시작했을 때는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쉬웠죠."(상원고 강소현)
오전 토론이 끝나고 아이들이 했던 말이다. 오후 토론은 오전보다 훨씬 열기로 가득했다. 중학생들은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고, 팀원들 간의 협의나 의견 교환도 더욱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특히 교차 질의가 잘 이뤄지지 않자 봉사단 학생들이 6분 동안 시범 교차 질의를 즉석에서 보여주는 대목은 무척 인상 깊었다. 1년 남짓한 토론 동아리 활동이 아이들을 이렇게 성장시켰다는 기쁨에 감회가 새로웠다.
오후 토론이 끝난 아이들의 소감은 달라졌다. "오전보다는 훨씬 긴장감이 덜했어요. 이제 겨우 토론이 무엇인지 알 것 같은데 끝이 나서 매우 아쉽네요."(탑리여중 강예빈) "토론이라는 게 내 말만 앞세워서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보니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서로 배려해야 함을 깨닫게 됐어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해준 봉사단 형과 누나들이 정말 고마워요."(금성중 김민규)
"처음엔 어떻게 후배들을 이끌까 엄청 고민했는데 막상 끝나고 보니 제가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귀여운 동생들이 많이 생겨서 기뻐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생긴다면 어디라도 가고 싶어요."(원화여고 김수희) "비록 보잘 것 없지만 나의 토론 실력을 후배들에게 기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뜻깊은 일인 것 같아요. 사회에 나의 능력을 환원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 너무 즐겁습니다."(경원고 이원형)
오후 4시, 어울토론 이야기 펼치기가 시작됐다. 어울토론 이야기는 경쟁과 승패 이후에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만든 대구 토론 교육의 꽃이다. 하루 동안 진행됐던 어울토론 과정에서 느낀 점, 깨달은 점 등 모든 것들을 자신이 뽑은 인성 벗 카드의 가치와 연결시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발표하는 시간으로 어울토론을 한 모든 학생들이 참가했다.
1팀에선 개그 프로그램 '용감한 녀석들'의 노래, 2팀에선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가사를 바꿔 어울토론의 의미와 즐거움을 표현했다. 3팀에선 두 개의 조로 나눠 한 조는 초등학생의 그림일기 형식으로 어울토론 과정에서 느낀 어려움과 성취감을, 또 다른 조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mp3 음악 파일을 배경으로 깔고 카카오톡의 형식을 빌려 토론 과정의 즐거움과 봉사 활동의 의의를 펼쳐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팀에선 '마당을 나온 앞탉'을 이용해 7행시를 짓고, 자신들이 뽑은 벗카드의 가치를 통해 어울토론에 임했던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역시 어울토론은 하나의 축제였다.
어울토론에 참가한 중학생들에겐 수료증을 주고 봉사단 고교생들에겐 봉사 활동 확인서를 나눠준 뒤 오층석탑 앞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질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하루라는 시간의 아쉬움에 모두들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돌아오는 차 안, 함께 동승한 학생에게 오늘 느낌이 어땠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단지 재능 기부라는 봉사 활동이 대학 진학에 도움을 주지 않겠냐는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이 자체가 행복입니다. 나누는 행복, 함께하는 행복을 깨달은 것 같아요. 고3이 된다는 것이 아쉬워요. 감사합니다."(경원고 이원형)
한준희 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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