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인간의 뇌
에릭 호프만 지음/장현갑 옮김/불광출판사 펴냄
가끔 인류의 미래에 대한 거창한 걱정을 해본다. 점점 인구는 줄어드는데 저 많은 아파트 건설 폐기물들은 어쩔 것인가. 자꾸 쏟아내는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지구를 꽉 채우지 않을까. 잠시의 지체도 참질 못하고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우리는 점점 남에 대한 배려를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날로 극심해지는 경쟁 논리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황폐화돼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아가다간 인류의 종말이 머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런 헛된 고민들 사이에서 한 가닥 희망을 품게 하는 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태풍 피해를 입은 얼굴 모르는 이웃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아이들을 위해 뜨개질을 하고 염소를 사서 보내며, 남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세상이라는 사실이다. 과연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남들보다 좀 더 이기적인 사람, 그리고 유난히 이타적인 사람. 이런 본성은 흔히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에릭 호프만은 신체 구조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하듯이 마음의 진화, 의식의 진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뇌와 인간 의식의 상관관계에 관한 40여 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만나야 할 뇌의 미래를 말한다.
인간의 뇌가 침팬지와 다른 점은 신피질에 있다. 이 가운데서도 언어와 사고, 계획, 창의성, 영성 등 고등 정신 현상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인간에게서 고도로 발달했다. 이 전두엽은 두 개의 반구로 나뉘어져 있는데 사고, 분석, 논리 등 분명한 의식 현상을 담당하는 좌반구가 있고, 심미나 통찰, 정서 등과 같이 미분화되고 불분명한 의식을 담당하는 우반구가 존재한다. 호프만은 최근 인간에게서 좌반구만이 너무 발달하면서 인간의 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하면서 "타인에 대한 애정을 중심으로 느끼는 우뇌를 되살려 좌우뇌의 균형을 이룸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힌다.
우반구로 세상을 인식하게 될 때 가장 큰 특징은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보통 세상을 시간과 공간, 나와 나 아닌 것으로 분리해서 바라본다. 하지만 우반구로만 바라보면 시간이 멈추고, 물리적 경계가 사라지고, 좋고 나쁨이 없고, 언어가 소멸된 에너지 세계만 있을 뿐이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평화와 사랑과 기쁨과 연민이 깨어난다.
저자는 "창의성은 모두 직관적"이라며 "총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우뇌에 정보가 입력되지 않는 한 좌뇌의 기계적인 지성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우리 뇌가 이 단계에 이르면 창의성은 물론, 다른 이를 배려할 줄 아는 진정한 '나'로 거듭날 수 있다. 물질주의와 지나친 경쟁주의에서 벗어나 자신이 지구상의 모든 이들과 하나임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는 '의식의 각성'을 이루기 위해 '마음챙김'(mindfulness) 또는 '알아차림'(awareness)이라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소개한다. 뉴로피드백을 이용한 알파파 훈련이나 감마파 훈련, 명상이나 요가와 같은 마음 훈련법을 통해면 좀 더 쉽게 이 각정한 의식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 당장 먼 인류의 미래보다 나 자신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파괴돼 가는 우리의 우반구 전두엽에 집중해 볼 일이다. 272쪽. 1만5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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