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현장 영화인들의 열악한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 협약식'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렸다. 이 협약의 중심내용 중 하나는 영화 스태프의 4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인들은 매우 극소수의 인력을 제외하고는 보험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멀쩡히 산업현장에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가족의 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있어야 했고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영화의 제작이 종료된 이후에는 다음 영화에 참여할 때까지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으면서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또한, 최소한의 노후 보장 수단인 국민연금 역시 가입되어 있지 않아 불안한 미래 때문에 영화인들이 중년 이후에 이직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그렇다면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영화인들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이유는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먼저 영화제작이라는 노동의 특수성과 관련 있는데 제작사와 투자사의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는 인력 대부분이 하나의 영화가 시작되면서 고용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장기간 촬영하는 일부 대작 영화를 제외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진행되는 제작의 특성상 고용인과 피고용인 모두에게 보험 가입은 다소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제작사는 단기간 빠르게 진행되는 업무처리 과정에서 회계에 관한 부담이 증대되고 스태프로서는 안 그래도 적은 급여에서 보험료까지 공제하면 손에 쥐는 금액이 너무 적어졌다. 일부 막내 스태프의 급여는 최저 임금 기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기존의 고용계약은 도제 시스템을 바탕으로 '턴키' 계약이 주류를 이루었다. 메인파트의 스태프가 영화사와 계약하는 금액을 이하 스태프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런 관행이 오랜 기간 지속하여 온 것은 제작사 대부분이 영세하다는 점 역시 이유로 작용했다. 일부 대기업 자본의 제작사를 제외하면 영화 1편의 흥행 여부가 곧 제작사의 흥망을 좌우하고 영화의 흥행 실패 이후 제작사 자체가 도산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사가 영화인력의 미래를 고민하고 고용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관련 부서와 영화인들이 힘을 모은 이번 협약은 매우 중요하고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인 복지는 물론 영화계 새로운 인력의 수급 자체에 치명적인 타격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실대학' 발표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4대 보험 가입만을 취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업률이 낮게 산정되는 각 대학의 영화 관련 학과는 폐과 등 고사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인재의 유입이 사라지면 한국영화의 발전도 막을 내린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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