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0대 도둑' 하루 6, 7명꼴

입력 2012-09-19 11:22:03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절도, 성인범죄로 사슬 이어져

17일 새벽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을 탈주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최갑복(51) 씨. 강도상해 피의자인 최 씨는 전과 25범으로,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23년 8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인 최 씨의 첫 범행은 16세 때 저지른 절도였다. 이것으로 처음 징역 8개월을 산 최 씨는 그 이후에도 절도로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강도'성폭행'마약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 어릴 때는 단순 절도가 많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범행이 대담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한 것이다.

나주에서 7세 여자 어린이를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한 고모(23) 씨 역시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에 자주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 전과 2범인 고 씨도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 케이스다.

◆대구에서 하루 청소년 6, 7명꼴 절도

올 들어 8월 말까지 대구에서 절도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19세 미만 청소년은 1천602명으로 전체 절도범의 34.08%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 6, 7명의 청소년이 절도 혐의로 경찰서 문턱을 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고 씨의 사례에서 보듯 호기심 또는 돈이 필요해 절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다시 절도를 일삼는 것은 물론 나이가 들면서 강력 범죄까지 저지르는 등 '작은 범죄자'가 '큰 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살인범죄의 유형별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살인범 3명 중 2명은 전과가 있었다. 살인 범죄자가 단순 절도 등으로 처음 체포된 연령은 11∼19세가 64.3%로 가장 많았고 20∼29세는 37.3%였다. 심리'환경적 원인 등으로 10대 때 범죄의 세계에 발을 디딘 뒤 차츰 범죄의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청소년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절도를 저지르고 있다. 13일 대구 성서경찰서. A(16) 군은 친구와 함께 시가 150만원 상당의 오토바이 2대를 훔친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었다. A군은 "오토바이를 타고 놀러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서 오토바이를 훔쳤다"면서 "잠시 타다가 다른 데 버려두고 필요하면 또 훔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가출 청소년인 B(16) 군은 1년 전 학교를 그만둔 뒤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영업을 마친 식당에 들어가서 현금을 훔치기 시작했다. 지난달 1일 대구 달서구 성당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들어가 현금 등을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5차례에 걸쳐 절도를 한 B군은 "집에서 신경 써주지 않아 가출을 계속했고 용돈이 부족해 범행을 계속 저질렀다"고 말했다.

◆'큰 범죄자' 되는 사슬 끊어야!

청소년이 범행을 저지를 때 연령이 만 10세 미만이면 범죄에 대해 어떤 벌도 받지 않지만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또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죄질과 가정환경 등을 고려해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거나 일반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현재 전체 보호관찰 대상자 7만1천633명 중 소년범은 2만2천102명으로 전체의 30.8%를 차지했다. 소년범의 대부분이 한부모가정이거나 조손가정인 점을 고려해 가정법원에서도 선처를 하고 있지만 이들 가운데 다시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소년범이 교화를 받은 뒤 사회에 복귀한 후에도 환경이 바뀌지 않으면 재비행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대검찰청 법무연수원이 최근 발간한 '2011년 범죄백서'에 따르면 소년범죄자들의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 범죄자는 가정폭력과 학대가 여전한 가정과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학교 및 사회환경 때문에 사회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작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도 유사한 경험을 한 다른 소년범이나 우범소년과 어울려 다니며 재비행을 반복하게 되는 것. 악순환이 계속돼 학업을 포기하거나 일정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경제적 곤궁, 사회적 소외감 때문에 큰 범죄를 저지르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로 이어지는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계명대 윤우석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보호처분 제도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소년원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복귀해도 정상적인 삶을 도와야 할 가정환경과 사회적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소년범이 추가 비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가정과 사회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경환 대구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범죄자가 어릴수록 교화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소년범을 교육한다면 성인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서 "통고제도 등을 통해 소년범이 받게 될 사회적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갱생의 가능성을 높여야 범죄가 악순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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