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강, 희망의 강] (29)상주 살찌운 낙동강 지류

입력 2012-09-13 07:29:41

힘찬 물줄기, 상주의 모세혈관

속리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오송폭포(화북면 장암리)는 5단 또는 7단의 층을 타고 물줄기가 떨어진다.
속리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오송폭포(화북면 장암리)는 5단 또는 7단의 층을 타고 물줄기가 떨어진다.
장각폭포(화북면 상오리)는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장각폭포(화북면 상오리)는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사벌면 화달리에 통일신라시대 화강암 석탑인
사벌면 화달리에 통일신라시대 화강암 석탑인 '화달리 삼층석탑'이 있다.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북천이 내려다보이는 상주시 만산동에 임란 전적비가 있다.
북천이 내려다보이는 상주시 만산동에 임란 전적비가 있다.

상주는 배산임수의 고장이다. 백두대간 줄기인 소백산맥을 등지고 낙동강을 마주하고 있다. 서쪽 소백산맥 자락의 샘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동쪽으로 흐른다. 샘들은 모여 계곡을 이룬다. 계곡에서 절경의 폭포를 만든다. 물들은 다시 합쳐져 내와 천(川)이 된다. 상주의 병성천, 북천, 동천 등은 기름진 평야를 선물했다. 사람들은 그 풍성함에 이끌려 강을 따라 삶의 뿌리를 내렸다. 그곳에서 역사와 문화가 꽃을 피웠다. 과거 경상감영이 있던 영남의 중심도시였고 현재 '농업수도'로 불리는 상주는 관광자원으로서 강에 주목하고 있다. 낙동강은 물론 모세혈관처럼 뻗어 있는 지류를 따라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발굴'육성하려 한다.

◆소백산맥 물줄기, 상주를 살찌우다

상주 화북면 장암리 오송폭포. 물살은 층층의 절벽을 따라 계단을 내려오듯 낙하했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일으키는 소리는 따갑게 귀를 때렸고 바람은 온몸을 서늘하게 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든 햇빛이 흩날리는 물보라에 반영돼 폭포 주위가 환했다. 몇몇 등산객들은 폭포 아래 너른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식혔다.

소백산맥 자락의 물줄기는 상주의 실핏줄이다. 산맥 곳곳의 아름다운 풍광과 상주 사람들의 깊은 역사문화는 병성천, 북천, 동천 등 강을 따라 형성됐다.

그 가운데 손꼽히는 곳이 바로 오송폭포다. 속리산 문장대(1,054m)에서 발원한 물이 흐르는 오송폭포는 높이가 15m로 5단 또는 7단의 층을 타고 물줄기가 떨어진다. 이 일대 계곡을 시어동(侍御洞)이라고도 한다. 조선 세조가 이곳을 찾았을 때 칡넝쿨이 하늘로 치솟아 왕의 행차를 편하게 했다는 전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에서 뻗어 내려온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는 장각폭포(화북면 상오리)도 빼놓을 수 없다. 6m 높이에서 떨어진 폭포수는 짙은 푸른색을 띤 웅덩이를 만들었다. 폭포 아래 수면은 빙글빙글 돌면서 아름다움을 더한다. 폭포 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금란정이 노송과 어우러져 있다.

속리산 초입에서 멀지 않은 화북면 장암리에 견훤산성이 있다. 우뚝하게 솟은 산봉우리 주위에 석축을 쌓아 성곽을 만들었다. 전설에 의하면 견훤이 이 산성에 자리 잡고 북쪽에서 경주로 바치는 세금을 중간에서 거두어 들였다고 한다. 견훤이 자연적인 지세를 이용해 산성을 쌓은 뒤 세력의 근거지로 삼았을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추측한다.

병성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낙동면 성동리의 병풍산에는 견훤의 아버지인 아자개의 산성이 남아있다. 산성은 산 정상부에 흙과 돌을 혼합해 쌓아올려 만들었다. 병풍산에서 북쪽으로 2㎞ 거리에 '전사벌왕릉'(傳沙伐王陵)이 있어 삼한시대 사벌국의 위상을 말해준다.

◆강을 따라 흐르는 호국정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상주 곳곳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나라가 위기를 겪을 때 움츠러들지 않았던 상주 사람들의 나라 사랑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병성천에는 임진왜란과 관련한 호국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육지의 이순신' 정기룡 장군을 기리는 충의사(사벌면 금흔리)가 대표적이다. 임란 때 정기룡 장군은 상주판관에 부임해 상주성을 탈환했다. 임란 동안 60여 회의 크고 작은 전투에서 패한 적이 없었던 명장이다. 장군은 뛰어난 지략으로 400여 명의 군사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적 10만 명을 이틀 동안 꼼짝 못 하게 했다. 선조는 '정기룡 장군이 없었으면 영남을 잃었을 것이요, 영남을 잃었으면 나라를 잃었을 것이다'란 말을 남겼다.

상주시 만산동 북천 강변에는 임란전적비가 있다. 임란 때 조선의 중앙군과 왜군의 선봉주력부대가 최초로 싸운 장소다. 1592년 4월 13일 부산을 통해 들어온 왜적은 4월 23일 상주에 도착했다. 관병이 60여 명에 불과해 800여 명의 민병을 모았다. 군사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조선군이 마주한 건 조총으로 무장한 1만 7천여 명의 왜군이었다. 상주 판관 권길, 호장 박걸, 종사관 윤섬 등은 결국 현재의 임란 북천 전적지에서 모두 목숨을 잃었다.

임란 뒤 조선 최초의 사설 의료원인 존애원(청리면 율리)이 세워졌다. 김각, 이전, 이준, 정경세 등 상주의 선비들은 1599년 사비를 들여 존애원을 만들었다. 전쟁 후 질병에 시달리던 상주 사람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했다. 사람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던 상주 선비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역사가 자원이다

상주시는 경상도의 으뜸 도시였던 과거의 역사문화를 활용해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다.

시는 복룡동 일대(5만2천400㎡)에 내년부터 2017년까지 222억원을 들여 '태평성대 경상감영' 사업을 펼친다. 상주는 영남지역의 정치'경제'교통의 중심지이자 뿌리 깊은 전통과 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이다. 이를 상징하는 곳인 경상감영을 현대적으로 재현해 옛 경상도의 수도로서의 이미지를 높이려 한다. 경상감영 재현단지를 조성해 당시 주요 행정기능과 관아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꾸민다. 3D전시관, 민가, 마당극장, 장터, 먹거리촌, 푸줏간, 대장간 등 체험공간도 만든다. 형벌, 재판, 음식, 진상품 등 과거 감영의 기능을 문화 콘텐츠로 발굴하려 한다.

시는 또 속리산 주변의 숲을 관광자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화북면 일대(13만 548㎡)에 올해부터 2017년까지 373억 원을 투입해 '거꾸로 옛이야기나라 숲' 사업을 펼친다. 전통 스토리 콘텐츠와 느림의 삶이 융합된 휴양관광지로 조성한다. '우복동 이야기 숲'에는 우복동 이야기 공작소, 숲속 통나무 아지트, 전래동화 놀이마당, 택리지 기념관이 들어선다. 이를 통해 우복동의 전설과 전래동화를 보고 듣고 놀이로 체험할 수 있게 한다. '거꾸로나라 체험공간'에는 거꾸로 수련관, 거꾸로 과학관, 거꾸로 농장 등이 마련된다.

김용묵 상주시 새마을관광과장은 "상주는 농업도시로서뿐만 아니라 자연과 역사문화를 활용한 관광지로서의 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 경상감영 등 역사적 재현을 통해 역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자원을 만들 것이다. 또 지역의 스토리자원을 활용해 마당극장은 물론 임진왜란 관련 유적지가 많은 점을 살려 조선시대 무술과 무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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