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주 무기가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다. 이는 구성 요소가 하나라도 작동하지 않으면 전체가 작동을 멈추는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1996년 미국의 생화학자인 마이클 베히가 창안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베히가 말하고자 한 것은 생명처럼 복잡한 유기체는 바로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며 그 때문에 지적 설계자의 설계가 아니고서는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베히는 '쥐덫의 비유'를 든다. 바닥, 스프링, 망치, 막대, 집게 등 구성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없거나 위치가 잘못돼 있으면 쥐덫은 제 기능을 못한다. 즉 쥐덫이 작동하려면 전체 시스템이 처음부터 적합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이는 설계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복잡하지도 않은 쥐덫도 이러할진대 더 없이 복잡한 생명은 말해 무엇하랴'는 얘기다.
이는 생명의 설계가 완벽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명의 모습은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인간의 정관(精管)이다. 정관은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를 음경까지 전달하는 통로로 매우 비효율적인 경로를 따라 음경으로 연결되어 있다. 고환에서 음경까지의 최단 거리가 아니라 음경보다 훨씬 위에 위치한 요관(尿管)까지 올라갔다가 요관을 타넘고 다시 음경으로 내려오는 먼 길을 거친다. 설계자가 있었다면 이런 엉터리 설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진화론자의 설명은 다르다. 포유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고환이 현재 음낭이 있는 위치까지 하강했고 이 과정에서 정관도 따라 내려오다가 재수 없이 요관에 걸려 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가 정관의 길이를 자꾸 늘렸고 그 결과가 지금 정관의 모습이다. 정관이 비효율적으로 설계(?)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부 기독교단체의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 부분을 개정'삭제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과학계가 '진화론은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현대 과학의 핵심 이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창조론자들의 주장처럼 종교와 진화론은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 종교는 영혼의 영역이고 진화론은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이를 인정했다. 한국의 창조론자들은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을 삭제해 무엇을 얻으려는가. 21세기 개명천지에 반계몽의 장막이라도 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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