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전체 4870mm 넓어진 실내 그랜저 덤벼!…폭스바겐 신형 파사트

입력 2012-09-04 07:42:49

"그랜저 잡으러 왔습니다."

그랜저를 잡으러 왔다는 폭스바겐 신형 파사트의 자신감은 1973년 7월 출시 이후 40년 가까이 전 세계적으로 1천500만 대가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이라는 데서 나왔다. '구관이 명관'인데다 한'미 FTA 효과로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게 근거다. 국내에 상륙한 7세대 파사트는 유럽이 아닌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산이다. 디젤 모델인 2.0 TDI가 먼저 국내에 들어왔다. 미국에서 생산된 만큼 '미국 스타일'로, 옵션은 최대한 뺐다는 게 폭스바겐 측 설명이었다.

시승은 폭스바겐 대구전시장이 있는 두산오거리에서 청도 팔조령을 거쳐 되돌아오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대구 도심을 거쳐 청도로 이어지는 직선 주로의 국도, 그리고 급커브길이 많은 팔조령을 달렸다.

역시나 밟는 대로 나가고 서는 기본기는 일품이었다. 시승한 2.0 TDI 모델은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140마력에 불과하지만 최대 토크는 32.6㎏(1천750~2천500rpm)에 이른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밟으면 밟는 대로 부드럽게 치고 나갈 만큼 가속력도 괜찮았다. 연비도 이전 모델보다 약 10% 개선됐다는 게 폭스바겐 측 설명이다.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를 합산한 복합 연비는 14.6㎞/ℓ. 최근 출시되고 있는 디젤 세단 연비와 비교하면 다소 낮긴 했다.

제동력도 좋았다.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말을 한 번 더 언급하게 할 정도였다. 팔조령 급커브길에서도 쏠림이 격하지 않았다. 중심이 잘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독일차'라는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여유로운 실내 공간은 신형 파사트의 무기 중 하나였다. 전체 길이(4천870㎜)와 휠베이스(2천803㎜)는 이전 모델보다 각각 105㎜, 94㎜ 늘어났고 무릎 공간 역시 75㎜ 넓어졌다. 웬만한 성인 남성이 뒷좌석에 앉더라도 "자리를 좀 당겨달라"며 조수석에 양해를 구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에어컨 송풍구가 뒷좌석에 없었다. 고급 옵션이 대거 빠지긴 했다지만 뒷좌석 에어컨 송풍구는 고급 옵션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이쯤 되니 최대한 간단하게 만든 차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오토홀드, 바이제논 헤드램프 등 10개가 넘는 사양이 대거 빠졌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빠진 자리에 풋파킹 브레이크는 고사하고 커다랗게 솟은 수동식 파킹 브레이크가 눈에 들어왔을 정도다. 다만 18인치 휠, 선루프, 한국형 내비게이션, 버튼시동 스마트키, 풀 오토에어컨 등은 기본으로 탑재됐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미국산 깡통차'라는 비난이 나온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물론 최첨단 기능과 다양한 옵션, 높은 사양만이 전부가 아니긴 하다. 하지만 없애도 너무 없앴다.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고 원하는 대로 멈춰서는 기본기가 탄탄한 폭스바겐의 브랜드 이미지가 아무리 단단해도 말이다.

신형 파사트의 가격은 4천50만원으로 이전보다 480만원 낮아졌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폭스바겐 측 설명이다. 그랜저(3천48만~4천348만원)와 가격대가 정확히 겹친다는 점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4천만원대 차량 구입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고급 사양의 유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승을 마치고 나니 사뭇 궁금해졌다. 문의=폭스바겐 대구전시장 지엔비오토모빌 053)767-1900.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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