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소통비타민] 싸이 강남스타일과 유튜브 제국주의

입력 2012-09-01 08:00:00

지난 7월 15일에 발표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발표 당시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놀라운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강남스타일'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국내 포털이 아닌 유튜브에서 급속도로 확산할 수 있게 한 숨겨진 배경을 추적해 봤다.

첫째, '강남스타일'은 미국인의 감성 코드와 서로 통했다. 동양 문화가 감성의 조화를 강조한다면 서양은 단일한 감성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싸이 뮤직비디오 영상의 힘은 오락적 감성(fun)만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데 있다. 엘리베이터와 관광버스 등 곳곳에서 싸이가 여성 댄서들과 같이한 현란한 춤은 보수적인 사람에게는 다소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서양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즉 문화 접근성이 높았다. 미국 퓨리서치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인기 비디오의 30%가량이 무엇을 흉내 내고 조롱하면서 노는 스타일로서, 상영 시간으로 보면 32.7%가 121초에서 5분 이하였다. '강남스타일'은 내용과 길이 면에서 유튜브 소비자의 문화와 높은 유사성을 보인 셈이다. '강남스타일' 동영상의 길이는 4분 13초였다. 짧은 동영상은 스마트폰으로 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둘째, 무엇보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이용자 프로파일과 일치하였다. 웹보메트릭스 분석회사인 콴캐스트닷컴(quantcast.com)의 최근 자료를 살펴보자. 인터넷 이용자의 평균 속성과 비교하면서 유튜브 이용자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인을 추론할 수 있다. 유튜브 이용자의 남녀 성비는 거의 동일하다. 인터넷 이용자 평균보다 남성 비율이 조금 높다. 18세 이하 이용자 비율은 26%로 인터넷 이용자 평균(18%)보다 훨씬 높으며, 18~24세 계층 비율도 20%로 인터넷 이용자 평균인 12%보다 높다.

25~34세 비율도 17%나 된다. 대졸 미만은 50%로 인터넷 이용자 평균 45%보다 높다. 백인보다 흑인, 아시아, 히스패닉 이용자 비율이 높은 것도 흥미롭다. 인터넷 이용자의 75%가 백인인 데 반하여 유튜브는 63%에 불과했다. 반면에 흑인 14%(인터넷 평균 9%), 아시아 7%(인터넷 평균 4%), 히스패닉 16%(인터넷 평균 9%)로 나타났다. '강남스타일'은 유튜브 1030세대의 소위 'B급' 정서를 파고들어 성공을 거두었다.

셋째, '강남스타일'은 유튜브의 성격 변화와 잘 맞물렸다. 유튜브는 2011년 연말에 개편되어 트위터, 페이스북에 이어 SNS로 발전 중이다. 유튜브는 더 이상 뮤직비디오를 보기만 하는 사이트가 아니다. 댓글 달기뿐만 아니라 채널 구독과 비디오 서핑에 이르기까지 이용자들이 보다 쉽게 관계 맺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되었다. 싸이가 보여주는 신나고 재미있는 말춤은 즉각적으로 내용을 알 수 있어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쉽게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사이버감성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강남스타일' 관련 1천여 개 유튜브 비디오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소셜 네트워킹이었다. 리액션, 리뷰, 리믹스, 패러디 동영상을 통해서 '강남스타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특정 이슈에 대해 개인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퍼트리고 있다. 따라서 '강남스타일'의 흥행에는 SNS 서비스로서 유튜브의 성공이 그 배경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의 저자인 진 버거스(Jean Burgess)와 조슈아 그린(Joshua Green)은 유튜브 자체는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집하고 유통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유튜브는 다른 곳에서 제작된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서 원작자에게 그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메타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강남스타일'에서 드러났듯이, 유튜브는 이용자들의 고유한 참여 문화와 결합되면서 글로벌 한류 확산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다. 제 잇속만 챙기는 국내 포털과 대조적인 매력이 있다. 더욱이 유튜브는 SNS를 넘어 소셜 TV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렇게 되면 유튜브 제국주의가 열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튜브의 초연결 전략에 대비한 '디지털 한류'의 청사진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웹보메트릭스와 사이버감성 분석의 활성화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박한우/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