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 잇단 낙하사고, 전국적으로 수백여건 피해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몰고 온 강풍으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입간판과 첨탑, 물탱크 등이 떨어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자칫 인명사고를 부를 수 있는 옥외 구조물 재정비가 시급하다.
대구시에 따르면 28일 볼라벤의 강풍으로 간판 3개와 옥상 물탱크 3개가 떨어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달서구 상인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옥상 물탱크가 떨어져 주차 차량 2대가 부서졌다.
아파트 주민 박건한(26) 씨는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아파트 입구 앞에 물탱크가 떨어져 있었다"면서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는 강풍으로 떨어진 간판과 첨탑 때문에 피해가 잇따랐다. 전국에서 강풍으로 쓰러진 교회 첨탑은 80개가 넘었고, 첨탑이 넘어지면서 전봇대를 건드려 수백여 가구가 정전됐다.
경기도에서는 2명이 바람에 날린 간판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광주에서는 하루 동안 떨어진 간판이 200개나 됐고 1명이 떨어진 간판에 맞아 다쳤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오전 10시쯤 대구에는 초속 5.4m의 바람이 불었다. 이처럼 약한 바람에도 간판과 옥상 물탱크 등이 쉽게 떨어진 것은 내풍(耐風)설계 대상물인 건축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
내풍설계는 건축물이 바람에 안전하게 견딜 수 있도록 구조 뼈대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간판은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라 신고나 허가를 거쳐 설치하지만 이 과정에서 바람의 세기에 대한 강도 등 안전성 검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구 달서구청에 따르면 교회 첨탑도 높이가 5m 이하가 되면 별도 허가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 옥상 물탱크는 건축물 허가를 낼 때 건축설비로 간주돼 허가 과정 자체가 없다. 허술하게 설치해도 '날림공사'에 대한 제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간판과 첨탑, 옥상 물탱크 등 건물 외부 구조물들이 강한 바람이 불 때면 흉기로 변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단이 전혀 없는 것.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구조물 크기를 규격화하거나 내풍 기준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남대 박성무 교수(건축공학과)는 "돌출 형태보다는 평면 형태의 간판을 부착하거나 크기를 작게 하면 바람에 대한 저항을 줄일 수 있다"며 "간판, 첨탑과 같은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내풍 기준을 두는 조례를 제정, 강풍으로 인해 떨어지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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