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온 가을, 사색의 계절 맞으러 문향 한바퀴
문학은 가장 훌륭한 여행 소재가 된다. 문학관 기행은 문향(文香)을 따라가는 길이기도 하고, 문향(文鄕)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아니면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작가를 만나지 못하면 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문학관을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지역 문학관 현황
현재 대구경북의 문학관은 여섯 곳으로 모두 경북에 있다. '문향'(文鄕)으로 불리는 영양에 지훈문학관과 광산문학관 등 두 곳이 있으며, 안동에 이육사문학관, 김천에 백수문학관, 칠곡에 구상문학관, 그리고 경주에 동리'목월문학관이 있다. 시인이 5명으로, 소설가 2명보다 많은 편이다. 광산문학관의 소설가 이문열과 백수문학관의 시조시인 정완영은 아직 살아있는 작가이다.
경북과 대조적으로 수많은 작가를 배출한 대구는 현재 문학관이 없는 상태. 정확하게 말하면 건립 중에 있다. 현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문학관 성격과 전시할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대구 출신 문인들의 면모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대구문학관'은 중구 향촌동 옛 상업은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되며, 이르면 12월 착공해 내년 10월에 개관할 예정으로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문학관은 개인 문학관이 아닌 여러 명의 작가를 한 곳에 전시하는 '종합 문학관' 성격을 띨 것"이라며 "대구에서 활동했던 작고한 작가는 물론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의 모든 자료를 수집해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의 문학관
▷지훈문학관=ㅁ자 형태의 한옥으로 지어진 지훈문학관(영양군 일월면 주실마을)은 전시관과 시청각실, 세미나실 등으로 꾸며졌으며 조지훈 선생의 유품과 자료 등 1천여 점이 전시돼 있다.
미망인 김난희(91) 여사가 직접 쓴 지훈문학관 현판이 걸린 입구에 들어서면 지훈의 대표적인 시 '승무'가 흘러나온다. 동선을 따라 가면 지훈의 소년시절과 청록집 관련 자료를 비롯해 가족 이야기, 김난희 여사의 글과 글씨, 지훈의 시와 산문, 선비로서의 지훈의 삶을 알 수 있는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전시물 중에는 평소 쓰던 문갑과 서랍, 30대 중반에 썼다는 검은색 모자와 가죽 장갑, 40대에 사용했던 부채, 세상을 뜨기 6, 7년 전부터 애용했던 담배 파이프와 안경 등 지훈의 삶의 궤적을 더듬을 수 있는 유품이 망라돼 있다.
주변에는 지훈 시공원이 조성돼 있다. 코스는 그리 길지 않지만 깔끔한 데크를 따라 지훈의 시를 새긴 20여 개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마치 한 권의 시집을 읽는 듯하다. 한 작품씩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매년 5월에는 '지훈예술제'가 열린다.
▷광산문학관=2001년 5월 개관한 광산문학관은 석보면 두들마을에 있다. 두들마을은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석계고택과 석천서당, 안동 장씨 유적지, 광산문학관 등이 모여 있다.
이문열의 고향 마을인 두들마을은 작품 '선택'의 직접적인 배경 장소이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그해 겨울''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등 많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의 역정이 펼쳐지던 무대다.
학사 6실, 강당 및 사랑채 등으로 이뤄진 이곳에선 수시로 문학강연과 문학토론 등이 개최되며 작가와의 만남이 이뤄지는 장소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작가지망생 1, 2명이 글을 쓰고 있다. 북카페에는 이문열 작가의 책이 전시돼 있으며, 책을 읽으면서 차를 마실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이문열의 제자인 소설가 박병로 씨는 "학사채(도서관)가 완공되면 문학관으로서의 모양새가 갖춰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작가가 이곳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여 팬들과의 만남과 대화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육사문학관=일제강점기에 17번이나 옥살이를 하며 민족의 슬픔과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한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 선생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문학관(도산면 원천리 불미골)이다.
문학관은 크게 세 가지 공간과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1층은 이육사의 생애와 문학세계, 독립운동의 자취를 다양한 방법과 매체로 구성해 놓았다. 생애 코너에서는 육사의 삶의 궤적을 좇아볼 수 있고, 문학세계 코너에서는 시와 소설, 수필 등 다양한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독립운동 코너에 들어서면 육사가 걸었던 항일운동의 가시밭길을 생생하게 따라갈 수 있다. 2층은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원천리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시상전망대 등이 갖춰져 있다. 또 한용운, 김소월, 정지용, 윤동주, 박목월, 박두진, 유치환 시인 등과 김동리 소설가, 피천득 수필가, 양주동 평론가 등 유명 작고 문인 육필원고도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이육사 선생의 딸 이옥비(72) 여사가 관람객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일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문학관 주변에는 생가를 본뜬 육우당과 동상, 시비, 청포도밭 등이 있다.
이육사문학축전은 지난해부터 연중행사로 전환, 이육사문학관낭독회와 학술대회, 시문학상 시상식, 문학학교, 문학강연, 백일장, 문인과의 만남, 작은 음악회 등으로 진행된다.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문향 흠뻑 적셔왔더니, 잊었던 작가감성 샘솟네
문학기행에는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 없다. 가벼운 복장에 손에 든 책 한두 권이면 충분하다. 발길 닿는 곳마다 사색의 향기가 가득한 지역 문학관을 소개한다.
◆대구경북의 문학관
▷동리'목월문학관=한국문학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경주 출신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의 문학관이다. 경주 토함산 중턱 불국사 일주문 건너편에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거목과도 같은 존재들이라 그런지 건물 규모도 다른 문학관보다 큰 편이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2층 왼쪽과 오른쪽 동리와 목월의 흉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동리전시실에는 작가의 대표작인 '등신불' '황토기' 등의 소설을 영상화한 애니메이션이 상영되고 있다. 목월전시실에서는 고인의 육성으로 된 시 낭송을 들을 수 있다. 또 각 전시실에는 동리와 목월이 작품을 쓰던 서재가 재현돼 있다. 특히 목월전시실에 있는 자료 가운데 아동 관련 작품집들이 눈에 띈다.
문학관은 매년 2월부터 12월까지 1년 과정의 문예창작대학을 열고 있는데 문학 지망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문학관 박지원 기획홍보국장은 "올해는 170여 명이 수강신청을 해 강의를 듣고 있는데,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 경남, 멀리 서울에서 주말마다 수강하러 오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구상문학관=2002년 10월 개관한 구상문학관(칠곡군 왜관읍 왜관리)은 85세를 일기로 작고한 구상 시인이 1953년부터 74년까지 20여 년간 살며 창작활동을 한 곳이다. 대구경북에서 가장 먼저 개관한 문학관이다
문학관 1층에는 육필원고와 사진, 서간문 등의 유품이 전시돼 있어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화가 이중섭과 박정희 전 대통령, 운보 김기창 화백 등의 편지와 작품, 영어'불어'독어 등으로 번역된 선생의 시집도 전시돼 있다. 2층 도서관에는 선생이 소장하고 있던 책 2만여 권과 그와 교류해 온 인사들이 기증한 책 6천여 권이 비치돼 있다. 옆에 마련된 사랑방에서는 시창작교실과 문화교실이 수시로 열린다.
또 화가 이중섭과 시인 설창수, 오상순 등 많은 문우들과의 추억이 서린 관수제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1919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함경남도 원산에서 보낸 구상 시인은 1946년 응향 필화사건으로 월남한 이후 53년부터 74년까지 왜관에서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구상문학관은 개관 10주년 기념으로 다음 달 10일까지 초'중'고생과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와 서예 작품을 공모하고 있다. 구상예술제는 다음 달 22일 열린다.
▷백수문학관=현대시조의 선구자로 시조의 중흥기를 열었던 한국 시조계의 거봉 백수 정완영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린 문학관(김천시 대항면 운수리)이다. 생존해 있는 시조시인의 문학관으로는 국내 처음이다.
2008년 12월 문을 연 문학관은 한식 기와 형태 건물로 백수의 소장품과 문학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 작품실, 세미나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백수 정완영은 '조국'을 비롯해 '부자상'(父子像), '분이네 살구나무' 등의 작품이 있으며, 초'중'고교 교과서에 수록돼 있을 정도로 현대시조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김천시와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는 이달 4, 5일 백수문학제 및 전국 시조백일장을 열었다. 또 다음 달 11일부터 11월 29일까지 매주 화'목요일에는 제6기 아카데미를, 11월에는 문학기행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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