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독도의 시간'

입력 2012-08-30 09:35:25

'독도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몇 년에 한 번씩 거의 아무도 살지 않고 있는 바다 한가운데 몇 개의 돌들로 이루어진 이 섬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흥분하는 시간이 바로 내가 말하는 '독도의 시간'이다. 이 시간이 되면 아침으로 먹는 콘푸레이크에서부터 세탁 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조 회사들과 전국의 각 운전자들의 자동차 뒷유리창마저도 저마다 독도 수호자로 줄줄이 나선다.

1990년 중반부터 한국에서 지내온 나는 이 특별한 시간을 몇 차례 경험했는데 보통 이 섬에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에 시민들이 격렬한 분노를 느끼면서 이 시간이 도래되곤 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어떤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친족이 감옥에 가고 그의 몇몇 측근이 뇌물 수수 및 그 밖의 다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리고 야당도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앞두고 실제론 끝나지 않는 내부 갈등으로 더 좋은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지금 한국의 정치 현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이럴 때 제대로 쓸 수 있는 조커(카드 게임에서 바라는 카드로 대용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옷 소매에서 슬며시 독도 카드를 내밀어 부정과 부패 또는 무능력한 정치가들에 대한 모든 분노를 밖으로 향하게 돌려 쓴다. 그리고 얼마나 자주 독도 카드를 쓰든지 간에 그 힘은 언제나 강력하다. 내부 문제들에 집중하지 않고 그 즉시 국민 모두가 뛰어들 수 있는 분노 집합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규모가 작든 크든 간에 모든 회사들이 나서는 이 전쟁은 '독도는 우리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보다 애국심을 부추기며 무엇을 팔든지 더 많은 제품들을 더 많이 팔고 있다. 이는 너무나 예측이 가능하고 저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도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확실히 일본과의 관계는 뚱해지고 지난 나쁜 식민지의 이슈도 함께 불거진다. 과거 잘못에 대한 사죄 요구 등 일본과의 많은 문제가 수면에 떠오른다. 나의 개인적 믿음은 한국의 대부분 정치가들의 최대 두려움은 아마도 일본이 언젠가 제대로 완전히 사과하는 일일 것이다. 일본이 만약 독도에 대한 억지 주장을 철회하고 더 이상 교과서를 포함한 어떤 책에도 그들의 전쟁을 영광의 시대로 기술하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고 일본위안부에게 저지른 만행을 완전히 인정하고 사죄를 하고 보상도 한다면 말이다. 아마도 내 생각엔 이건 '문제 많은' 한국 정치인에게 있어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나의 이런 의견이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얘기에 분명 동감하는 한국인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솔직히 더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모든 영화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악당이 필요하듯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이 필요할 거라 이해가 된다.

다시 독도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때로 거슬러가 몇 년 전 '독도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독도가 한국 땅임이 100% 확실한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당연히 그들 모두가 독도는 우리 땅이 100% 확실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바로 아주 간단한 질문을 했다. 그럼 일본이 독도가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갑자기 조용한 침묵이 흘렀고 20명이 넘는 학생 중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는 내가 독도가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절대 오해하시지 않길 바란다. 다만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정치가들이나 미디어의 이야기에 옳고 그른지에 대한 아무런 의심이나 질문 없이 기꺼이 믿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논쟁자의 한쪽 의견만 듣는다면 둘 중 누가 옳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답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에 독자 여러분이 이 무식한 외국인을 죽도록 두들겨 패기 전에 마지막으로 얘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뉴욕 타임스에 광고를 하거나 타임스퀘어에서 사인보드로 독도 이슈를 올리는 것은 이 문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떤 물건의 소유에 대해 큰소리로 싸움이 났다면 구경꾼은 어느 사람이 그 물건의 소유자라고 생각할까? 더 큰소리로 말하는 자? 아이들의 싸움을 들여다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일본의 주장을 무시하는 것이 독도가 한국의 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태도는 아닐까? 그렇다면 항상 반복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안톤 슐츠/코리아 컨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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