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기업을 꿈꾼다] (6) 한국파워트레인

입력 2012-08-30 09:49:19

내근직 130명중 60명이 연구원 '기술예찬

세계 최초로 전륜 9단 자동변속기용 토크 컨버터를 개발한 한국파워트레인(주)은 기술과 사람에 대한 투자로 100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따라잡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세계 최초로 전륜 9단 자동변속기용 토크 컨버터를 개발한 한국파워트레인(주)은 기술과 사람에 대한 투자로 100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따라잡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주인식 대표
주인식 대표

"우리 회사에 다니고 있는 모든 직원들은 나와의 면접에서 통과한 사람들입니다."

한국파워트레인㈜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전륜 9단 자동변속기용 토크 컨버터를 개발, 내년부터 독일의 자동차 부품회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자동차 부품의 국산화에 도전해 10여 년 만에 독자적인 기술개발로 세계에 통하는 제품을 만들어 낸 한국파워트레인의 성장은 '기술'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투자 덕분이다. 회사는 창립 20주년인 2013년 매출 5천억원 돌파를 시작으로 1조원 기업 도전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술 동냥'에서 '기술 강자'로

1993년 설립된 한국파워트레인은 자동차용 자동변속기의 주요 핵심 부품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회사다. 특히 자동변속기의 핵심 동력전달장치인 토크 컨버터(Torque Converter)의 국산화에 도전, 독자 기술로 개발에 성공해 국내 토크 컨버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토크 컨버터는 자동차의 자동변속기에 사용되는 유체 동력 전달기로 엔진의 힘을 변속기에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에 들어가는 토크 컨버터는 대부분 우리 회사 제품이다"며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과 일본 자동차부품 회사들만큼 품질이 뛰어난 토크 컨버터를 만들어 낸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파워트레인은 주인식(사진) 대표가 겪었던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의 기술 부족에 대한 아쉬움 속에 태어났다. 1977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던 주 대표는 현대차 자체 모델인 포니의 핵심 부품이 여전히 일본 등 해외 부품 기업의 제품이라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1980년대에 들어 자동차 업계에는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로 자동변속기 시장이 꿈틀댔고 당시 주 대표는 자동차 부품의 동향을 파악해 국내 부품업체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신기술을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제휴를 맺도록 연결해주는 임무를 맡았다.

주 대표는 "일본과 독일 기업으로부터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자존심을 버렸고 말 그대로 '기술 동냥'을 했을 정도였다"며 "'만약 내가 자동차 부품 회사를 설립하면 반드시 우리만의 기술로 최고의 부품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목표를 정한 주 대표는 14년간 근무했던 회사를 떠나 1993년 독자 설계 능력을 갖춘 자동차 부품 회사를 설립했다. 기술 개발로 수입품을 대체하면서 기술력을 가진 부품 회사가 탄생하게 됐다.

◆끝없는 기술개발 정신

한국파워트레인은 이후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며 1999년부터 12년 연속 흑자 경영을 달성했다. 지난해는 설립 19년 만에 매출액 3천억원을 돌파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의 성장에 대해 주 대표는 '기술 정신'을 꼽았다.

그는 "1997년 IMF로 회사가 어려웠을 때에도 R&D 투자는 계속했다"며 "기술로 승부하는 기업이 R&D 비용을 줄이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한국파워트레인은 2008년 본사를 성서 2차 산업단지로 이전하면서 연구소 기능을 강화했다. 제조 공장과 별도로 떨어진 연구소 건물을 건립, 회사의 미래를 창출해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곳 연구소는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로부터 전국적으로 5개뿐인 세계일류기술연구센터로 지정됐다"며 "그만큼 회사가 연구 개발을 중시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연구소에는 130여 명의 본사 직원 중 절반에 달하는 60여 명이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주 대표는 "지역 기업답게 우리는 지역 대학의 우수한 인재 채용을 중시한다"며 "이들이 회사의 미래다"고 강조했다.

한국파워트레인의 비약적인 성장의 또다른 비결은 일찌감치 구축된 '정보화 시스템'이다. 회사는 지난 1996년 정부의 G-7 프로젝트로 시작한 '정보화 구축사업'에 적극 참여해 통합생산정보시스템(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및 지능형 생산정보 시스템(IMS'Intelligent Manufacturing System)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업무의 효율을 꾀했다.

덕분에 회사 사장실과 임원방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흩어져 있는 4개 공장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주 대표는 "현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임직원들이 곧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빠르고 생산의 효율을 올릴 수 있다"며 "굴뚝산업인 제조업에 아날로그적인 관리 방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회사의 정보화 시스템은 수많은 자동차 부품 업체뿐 아니라 현대기아차에서도 벤치마킹하려 할 정도다.

◆세계 1위 기업을 꿈꾼다

기술력과 디지털 생산 시스템으로 무장한 한국파워트레인은 지난해 매출 3천8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4천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전륜 9단 자동변속기용 토크 컨버터를 개발하면서 회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주 대표는 "올 연말부터 양산을 시작해 독일의 자동차 부품 기업인 ZF에 8년간 1조원어치를 공급할 것이다"며 "ZF의 변속기가 크라이슬러와 혼다, 재규어, BMW, 벤츠 등 고급 브랜드들에 장착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창립 20주년인 내년에는 매출 5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한국파워트레인은 자신들의 기술력을 앞세워 새로운 분야도 개척하려 한다. 자동차의 트렌드가 변화하는 것에 맞춰 모터와 드라이브 등을 개발하기 위해 5년 전부터 연구에 뛰어들었을 뿐 아니라 전기자전거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주 대표는 "기술과 사람에 대한 끝없는 투자로 대구에서도 자동차 부품 세계 1위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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