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비라도 아껴야 불황 탈출"…구미산단 기업체 '비상경영'

입력 2012-08-30 09:53:46

수출 감소·내수 부진…금융위기때보다 심각

세계 경기침체로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 상당수 기업체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지역경제도 침체되고 있다.

수출 감소는 물론 내수까지 부진한 데다 경기회복 시점조차 비관론이 우세하면서 기업체마다 각종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등 비상경영에 나선 것.

구미산단 내 LG계열사들은 마른 수건도 더 짠다는 각오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것은 물론 부서별 회식 건수도 대폭 줄였다.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 한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꼴이던 부서별 회식을 분기에 한 번 정도로 줄였고,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해 출'퇴근 시간도 조금씩 당기고 늦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계열사들도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소송 문제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아직 비상경영이란 말을 잘 쓰진 않지만 각종 예산을 세심하게 고려해 편성,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도레이첨단소재㈜ 등 화섬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코오롱 한 관계자는 "비상경영은 몇 해 전부터 계속돼 새로운 얘기가 아니라 일상화됐다"며 "사실 더 이상 짜낼 물기도 없지만 그래도 전 사원들은 마른 수건을 계속 짠다는 심정으로 업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체 관계자들은 "수출뿐 아니라 내수까지 부진하다는 점에서 탈출구를 좀처럼 찾기 힘들어 2008년 금용위기때 보다 더 심각하다는 우려가 회사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1'2차 협력업체들도 주문량 감소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미 공단동의 중소기업체 한 관계자는 "대기업 주문 물량이 줄고 단가도 갈수록 짜져 경영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식당, 술집 등 기업체 근로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각종 업소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 구미 인동동 A식당은 "기업체마다 회식이 줄면서 손님이 2, 3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폐업, 창업을 반복하는 업소들이 줄을 잇는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 사무국장은 "대기업의 비상경영으로 구미의 체감경기가 급감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투자를 하는 중소기업체들을 지원하는 방안, 실속있는 기업유치, 경쟁력 있는 강소기업 지원 등 빠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구미의 수출 실적은 182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6% 감소했다. 수출 감소 원인은 구미산단 주력 품목인 전자제품이 지난해에 비해 18% 감소했기 때문으로 구미세관은 분석했다. 특히 전자제품은 생산물량이 해외 또는 수도권으로 꾸준히 빠져 나가 구미산단의 생산물량이 매년 감소하는데, 2007년 경우 전자제품 비중은 구미산단 전체 수출 실적의 77%를 차지했으나 2008년 76%, 2009년 74%, 2010년 68%, 지난해 66%, 올들어선 60%로 뚝 떨어졌다. 올 3/4분기 기업경기 전망치도 82로, 4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아 경기 부진을 입증하고 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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