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력의 시네마 이야기] 이변에 가까운 '도둑들'의 천만 관객 돌파

입력 2012-08-30 07:08:59

영화 '도둑들'의 극장 관객 수가 1천200만 명을 돌파했다. 매출액으로는 80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1위에 해당하는 수치고 여차하면 역대 국내 흥행 1위인 '아바타'의 1천335만 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작 해당 영화의 흥행 요소를 제대로 분석해내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필자가 칼럼 제목에 '이변'이라고 표현한 것 역시 영화의 가치를 깎아내리고자 함이 아니라 도둑들의 흥행이 기존 영화의 흥행 요인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기존에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서울 시민의 생활공간인 한강에서 괴물이 나온다거나(괴물) 국민의 휴양지이자 역시 부산 시민의 거주지인 해운대에 쓰나미가 닥친다거나(해운대) 하는 등의 역동적인 이야기 요소가 있다. 6.25 전쟁으로 헤어진 형제가 전쟁터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태극기 휘날리며'나 섬에서 훈련하던 특수부대가 도심으로 난입하는 '실미도', 궁궐에서 왕을 가지고 노는 광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왕의 남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도둑들은 보석을 훔치기 위해 모인 악당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한국에서 홍콩과 마카오 등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판' 자체가 다르다. 기존의 많은 한국영화 역시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고 유럽'아프리카'남미 등 여러 대륙을 오가며 제작되었기에 최근 국내에서도 여행지로 친숙한 영화의 무대들이 새로운 볼거리도 아니다. 이야기의 설정 자체에 관객들이 매료되었다고 보기에는 '오션스 일레븐' 등 오션스 시리즈와 유사해 차별돼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

앞서 언급한 영화의 스케일 측면은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100억원이 조금 넘은 제작비는 국내 영화로는 대작에 해당하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 등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제작비가 3천억원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저예산 수준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캐스팅된 배우들의 면면에서는 어느 정도 흥행 코드를 읽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영화의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 이야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일부 관객들의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검증된 배우 김윤석과 오달수, 결혼 이후 연기 변신에 성공한 전지현이 그려내는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80년대 홍콩영화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임달화와 젊은 여성 관객은 물론 중장년층의 여성들을 극장으로 인도한 김수현의 출연 역시 흥행의 화룡점정을 찍게 한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기존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이 갖추지 못했던 조건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게는 이미 흥행한 영화의 요인을 분석하는 것은 떠나 버린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공허하지만, 이번 흥행만큼은 연구의 대상이 될 만하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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