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감격스러운 우승 후 감사하다는 인사 메시지였다. 25일과 26일 양준혁 야구재단에서 주최한 제3회 청소년야구 드림페스티벌이 경산 야구장에서 열렸다.
순수 아마추어 중'고교생으로 구성된 전국의 청소년야구 66개 팀이 출전해 토너먼트로 치른 대회에서 대구의 빈디팀이 이틀 동안 6경기를 이기고 우승했다.
빈디는 5년 전 주로 대구 달서구에 사는 중'고교 학생들이 만든 원조 청소년야구팀이다. 야구를 좋아하지만 연습할 장소가 없었던 이들은 주말이면 계명대 문화원 근처 운동장에서 성인야구단의 눈치를 보며 야구연습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유니폼이나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야말로 동네 애들의 야구였지만 가끔 수성구에 사는 학생들이 만든 카디널스팀과 연습경기를 가지며 경쟁의식이 생겨나 조금씩 실력을 키워나갔다.
불과 2년 사이에 대구에 청소년야구팀이 몇 개 더 창단했고, 자연스럽게 이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조기축구가 끝난 주말 학교의 빈 운동장에서 경기를 가졌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서 야구를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한 기업인의 후원 때문이었다. 여성의류를 생산하는 진영어패럴 잉어의 박웅규 대표가 2010년 가을 대구'경북 사회인야구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열악한 청소년야구의 사정을 듣고 매일신문사장기 청소년야구대회를 정식으로 개최해준 것이다.
야구장은 물론 정식 심판원과 기록원들이 없는 가운데 그들만의 외로운 리그를 가졌던 청소년들에게 대회경비를 후원하면서 전국 최초로 정식리그 대회가 출범했다.
어느덧 대회는 3년째 접어들었고 빈디를 비롯해 데블레이스, 비슬이쥬니어, 첼린져, 제일드림하이, 카디널스 6개 팀이 매달 2회씩 리그전을 치르면서 실력도 늘어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 대회의 운영을 맡고 있는 필자는 빈디 주장의 메시지를 받고 한동안 감회에 잠겼다.
차원이 다르긴 하지만 최근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4명의 선수를 프로구단으로 배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선수 육성에 남다른 김성근 감독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패자부활'로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는 자체는 꿈을 가진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오아시스 같은 의미이다.
이런 기회의 무대를 만들어준 독립야구단의 허민 구단주는 어쩌면 이들에게는 천사와 같은 존재이며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가 아닐까?
돌아보면 독립야구단이 출범할 때만 해도 아무나 할 수 없는 한 개인의 괴짜 같은 행동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야구선수가 다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다.
빈부의 차이가 더 커질수록 가진 자의 외면으로 사회는 더 삭막해져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는 오늘날에, 돈을 벌어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더불어 사는 건전한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미국처럼 기부하면 노후를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서라도 더 많은 독립구단이 만들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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