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광장] 대구 경제의 '나비효과'

입력 2012-08-21 10:54:15

나비효과에 대해 이미 들어 본 바가 있을 것이다. 위키 백과사전에 따르면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72년 미국 과학부흥협회에서 실시한 강연의 제목인 '예측가능성-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물리현상 중에서 사소한 초기 사건 하나가 나중에 엄청나게 큰 효과가 있을 때 나비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경제에도 나비효과가 있다. 기업들에 기존에 가지고 있지 않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기반을 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허용되고 그것이 선순환(Positive Feedback) 과정을 거치면서 증폭됨으로써 발생하는 엄청난 경제 효과가 바로 경제의 나비효과이다.

스티브 잡스가 회사를 무단이탈해서 인도에서 1년여를 보내고 돌아와 재입사를 신청했을 때 아타리(Atari)사(社)의 앨 앨콘(Al Alcorn) 대표는 즉시 그의 재입사를 허용했다. 그것이 애플의 '경제나비효과' 출발점이었다. 기존의 기업 질서와 전혀 다르고 IT도 전공하지 않았고 리드대학에서 인문학을 1년여 공부한 것이 전부인 스티브 잡스를 게임 개발 기업인 아타리사가 다시 받아준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스티브 잡스는 천재 프로그래머 스티브 워즈니악을 만나 자신의 창조력과 직관력, 그리고 완벽주의 등과 '양의 되먹임'(자신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어떤 요인이 순환되는 흐름을 거듭하면서 강한 효과를 일으켜 되돌아오는 현상)을 거치면서 애플(Apple) 1과 애플 2 등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기술 분야의 급격한 선순환을 촉발하게 된다.

'양의 되먹임'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아버지의 주차장에서 시작한 정말 형편없는 초창기 애플에 투자한 전설적 초기 투자가 마이크 마쿨라(Mike Markkula)의 경영 기획 지원은 경영 분야에서도 급격하게 '양의 되먹임'을 촉발하게 되었다. 애플의 성공 배후에는 초기에 기존과 다른 새로운 지식과 기술, 아이디어, 태도 등을 허용하는 개방형 혁신 환경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몇 차례의 '양의 되먹임'을 거치면서 폭발적인 경제의 나비효과가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에도 경제의 나비효과를 거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분명히 있다. 필자는 2011년부터 DGIST IT융합연구부에 근무하면서 2주에 한 번씩 대구의 IT기업을 찾아 CEO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2011년 우연히 '애플에드벤처'라는 광고대행사의 장기진 대표를 인터뷰한 바 있다. 남들이 학업에 열중할 때 장 대표는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 그리고 모바일 광고회사 등을 찾아다니면서 시장과 고객을 배웠다. 그는 전국의 시장을 누비면서 기업 활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였고 거대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바일 광고의 새로운 비전과 가능성을 읽었다.

그는 우연하게 얻게 된 포털의 모바일 광고 재판매 기회를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된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여러 포털의 광고 재판매와 온라인 홈쇼핑몰 자체 제작을 결합하고 그것을 다시 오프라인 광고 시장과 결합하고, 나아가 오프라인 판매 네트워크와 결합하는 방식의 몇 차례의 양의 대먹임을 거치면서 애플에드벤처는 불과 창업 3년 만인 2011년에 매출 300억원의 회사로 성장하였다. 현재까지의 애플에드벤처의 성공 과정을 통해서 대구경제에도 나비효과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에드벤처는 현재 IT 서비스 기업으로 역량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창조적 기술을 접할 개방형 혁신 환경과 IT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창출할 몇 번의 '양의 되먹임' 기회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애플에드벤처는 머지않은 미래에 세계적인 스마트 지식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 경제의 나비효과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려면 두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는 기업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획득하고 그것을 도전적으로 신제품으로 연결하는 개방형 혁신 경제 환경의 토양을 가꾸어 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개방형 혁신의 작은 성과들이 '양의 되먹임' 과정을 통해 증폭될 기회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긍정과 선순환의 경제 주체가 되기를 자임하는 것이다.

윤진효/대구과학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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