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포항은 여러 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두 도시는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불과하지만, 내륙과 해안도시라는 점 때문인지 시민들의 기질이 약간은 다른 것 같다. '같은 경상도 사람인데 무슨…'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개방성과 적극성 측면에서는 포항사람들이 훨씬 앞선다. 단적으로 나타낸 사례가 14, 15일 포항야구장에서 보여준 포항시민들의 모습이다.
포항야구장 개장에 맞춰 처음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벌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포항시 전체가 들뜬 분위기였다. 당연히 표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고 새벽부터 경기장 앞에서 줄을 서는 시민들이 많았다. 삼성 관계자도 "관중 7천 명 정도면 성공이라고 예측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기대와 설렘, 흥분으로 뒤범벅된 관객들은 비가 오는데도 일찌감치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파도타기 응원이 계속 됐고, 삼성 유니폼을 입고 춤을 추는 관중들도 많았다.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대구에서 흔히 봐왔던, 조용하고 점잔을 빼는 듯한 응원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내년에 관중석을 2만 5천 석으로 증축해야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2만 5천 석은 대구시가 수성구에 짓기로 한 새 야구장의 2만 4천 석보다 더 큰 규모다.
그렇다면 대구 관중은 어떠한가. 연고 구단인 삼성이 1위를 달리고 있는데도 올해 평균 관객 수가 8천545명 정도다. 지난해 평균 7천592명보다 좀 늘어나긴 했지만 전체 구단 평균으로 보면 최하위권 수준이다. 롯데 두산 LG에 비해서는 절반에 불과하고 신생구단인 넥센보다 뒤진다. 물론 대구 관중들도 할 말은 있다. 대구구장은 전국 최악의 시설에 최대 1만 명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약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새 야구장이 지어진다고 해도 대구시민들이 얼마나 야구를 사랑해줄 것인가.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후 삼성 구단과 시민들 사이에는 적지않은 부침과 갈등이 있긴 했다. 그렇지만 부산 시민들이 기업 이미지를 보고 야구장을 찾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야구를 사랑해줘야 더 많은 것을 돌려받을 것이 아닌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소중하게 여겨야 존경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이 세상 이치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포항에 좀 더 경기 수를 양보하는 것이 옳다. 내년에 포항에서 예정돼 있는 9경기보다 더 많은 경기가 열리기를 바라는 포항시민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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