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김수박이 보는 대구경북…지역적 보수성 짓눌려 자란 탓 자유 열망 커져

입력 2012-08-18 08:00:00

지역 출신 김수박 작가는 앞으로 대구경북의 생태적 특성을 해석한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성일권기자
지역 출신 김수박 작가는 앞으로 대구경북의 생태적 특성을 해석한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성일권기자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고, 현재 경북 구미에서 살고 있다. 수년 남짓 서울에서 생활한 것을 제외하면 대구경북에서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대구경북을 어떻게 바라볼까?

일단 대구 출신이라는 분류 의식을 그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는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긍정적인 부분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부정적인 부분은 비판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

그가 보기에 대구는 고루함으로 연명하고 있는 도시다. "분명 대구가 '보수적'인 것은 맞습니다. 특히 사고가 자유로워야 하는, 창작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더욱 그렇게 느낍니다." 대구보다 자유로울 거라 생각해 서울로 떠나 수 년을 지냈지만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았단다. 나고 자란 대구의 흔적이 그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대신 대구의 보수적인 분위기와 무거운 공기 속에서 자랐더니 반대급부로 커진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작품 활동의 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단다. 그래서 흔적을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비로소 자유로워졌단다.

그렇다면 지금 살고 있는 경북 구미는 어떨까? 결혼 후 2007년부터 6년째 살고 있는 구미를 가리켜 그는 '묘한 도시'라고 했다. 2008년 IMF 외환위기 사태가 터졌지만 구미는 타격이 적었단다. 경제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갔다는 것. 그러면서 바로 옆에 있고, 규모도 더 큰 도시인 대구보다 구미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드나들었단다. 일하려는 사람들과 소비하는 사람들의 활력은 여전했다.

그가 보기에 대구경북의 문제는 인식론적인 것이다. "1970, 80년대 권위 정권 시절 대구경북이 가졌던 권력을 지금은 빼앗겨버려 지역이 침체에 빠져버렸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종종 듣습니다. 그래서 다시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하죠. 잘못 해석한 것입니다. 도시 초기에는 급성장을 하고, 이후 성장이 점차 둔해지는 것이 정상이에요. 이를 '권력을 빼앗겨서 그렇다'고 해석하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렇듯 대구경북은 같이 묶어 볼 수도 있지만 또 지역별로 따로 구분해 볼 수 있는 갖가지 현상들로 가득하다. 그는 이러한 현상들을 해석해 작품으로 남기고 싶단다. 그가 살아온 1970, 80, 90년대 대구경북의 역사와 그 바탕에 깔린 사람들의 관념이 어디서 비롯됐고, 또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말이다. 이른바 대구경북의 생태적 특성을 해석한 만화. 제목은 이미 정해놓았단다. '갱상도의 본질'(부제: 권력의 맛)이다. 여기서 갱상도는 경상도의 오타가 아니다. 그가 살아온 삶의 흔적 그대로 발음한 것이다.

황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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