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음악'으로 세계를 뒤흔들었다. 최근 막을 내린 2012 런던올림픽의 개'폐회식에서 영국은 비틀스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 고(故) 존 레논을 비롯해 퀸, 스파이스 걸스, 조지 마이클 등 세계 음악시장을 주도하는 뮤지션들을 대거 등장시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화려한 퍼포먼스의 초대형 콘서트를 선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의 예술, 음악, 패션, 무용, 문학 등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문화 콘텐츠를 마음껏 쏟아냈다. 과연 이만한 문화 축제의 장이 있을까 싶을 만큼 전 세계인들이 함께 호흡하며 열광했다. 문화 선진국다운 면모였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개'폐회식은 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46조원 정도를 투입해 '슈퍼 파워 중국'의 위세를 세계에 떨쳤었다. 이번 런던올림픽 개'폐회식의 비용은 시설비를 포함해 겨우 20조원 정도. 중국에 비해 절반 정도 되는 금액을 투자했지만, 그 파급 효과는 여느 올림픽보다 더 강력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신문'방송을 장악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중국은 경제의 힘을, 영국은 문화의 힘을 보여준 개'폐회식 행사가 아니었을까. 어쨌든 런던올림픽의 개'폐회식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행사를 한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등장할까?'라며 필자가 아는 한국의 뮤지션과 예술인들을 무대에 세워보는 재미를 누리기도 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삭감되는 예산 분야 '0 순위'가 바로 '문화'이다. 특히 올해는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경제전문가들은 연간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문화'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가 되기 쉽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만 추구하는 경향 때문이다. 여전히 '문화'와 '밥'을 동등한 위치에 놓고, 누가 누구를 먹여 주는 가를 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형에 투자하는데 집중하기보다 무형에 투자하는 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영국과 중국의 단적인 예에서도 보듯 나라의 힘을 자랑하는 데는 '문화'만한 게 없지 않을까. 무형에 투자하는 것이 곧 유형의 결과물을 낳게 된다는 말이다. 지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대구는 산출된 무형의 가치를 수천억원으로 추정했으며, 더불어 510억원이라는 흑자를 남겼다. 문화가 끼치는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금액으로 환산된다.
조금 더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 본다면, 힘들고 어려운 인생 속에서 문화는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정서를 윤택하게 만들어 '한 번 더!'라는 용기를 가지게끔 한다. 따라서 경제가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오히려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문화'에 더 많은 지원과 투자를 해야, 살 맛 나는 사람들이 더욱 많은 경제 이익을 창출한다는 방정식이 나오게 된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참가국 204개 나라 중 대한민국은 5위에 빛나는 영광을 차지했다. 역시나 작지만 강한 나라였다. 이로써 이제 대한민국은 부인할 수 없는 스포츠 강국이 되었다. 문화와 경제를 동일선 상에서 놓고 볼 때 이제 대한민국은 G20이 아니라 선진국 수뇌회의인 G7에 들어갈 날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여기에서, 우리나라가 먼저 우선시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다. '문화 선진국'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먼저 증액되어야 하는 '0 순위'가 바로 '문화'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우수한 예술 능력을 무궁히 잠재하고 있는 나라다. K-POP으로 한류의 중심에 서 있는 대중가수들뿐만 아니라 클래식 분야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나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 유명 오페라극장의 어느 곳이든 대한민국 성악가들이 서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예술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또한 극장과 같은 문화적 하드웨어가 전국 각 도시의 구마다 운영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도 다양해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문화는 정서적 기능을 넘어서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고, 이는 곧 문화에 더욱 투자하고 개발하고 육성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문화 투자'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행복한,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성빈/대구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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