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희의 즐거운 책 읽기] 과식의 종말/ 데이비드 A. 케슬러 / 문예출판사

입력 2012-08-16 13:58:02

탐욕스러운 식욕의 원인과 통제 방법

"몇 천 년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사람들의 몸무게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 뚜렷한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미국 성인인구의 약 3분의 1이 심각한 과체중이며, 아주 짧은 시간동안 사람들의 몸무게가 급격히 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냈으며, 캘리포니아대학과 예일 의과대학 학장을 맡은 적이 있는 현직 소아과 의사 데이비드 A. 케슬러의 '과식의 종말'을 읽었다. 자신 역시 식욕조절의 어려움과 과체중으로 고생한 저자는 이 책에서 식품산업의 발달과 사람들의 식욕통제능력 상실, 과체중으로 인한 건강상실과 극복방안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이 늘 비슷한 체중을 유지하는 이유는 신체 에너지 저장량을 안정되게 유지해주는 항상성이라는 과정으로 조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항상성 체계가 중요하다 해도 많은 과학자들의 생각처럼 강력하지는 않다. 음식 섭취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은 보상 체계로 알려져 있는데, 에너지 균형과 보상 체계 간의 싸움에서 보상 체계가 승리하고 있다. 여기서 보상 체계란 맛있는 음식이다.

저자의 연구에 도움을 준 식품 회사의 푸드컨설턴트는 설탕, 지방, 소금이 음식을 흡인력 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설탕, 지방, 소금은 사람들을 음식에 탐닉하도록 만들고, 이 세 가지는 쾌락이라는 가치를 높이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사람들이 어디서든 맛있는 음식을 구입하고 먹을 수 있는 능력이 지난 20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폭발적 증가의 핵심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레스토랑은 오늘날 미국인들이 식비의 반을 소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레스토랑에서는 수많은 새로운 음식들을 고객에게 소개했으며, 그중 대부분이 설탕, 지방, 소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음식들이다. 식품 산업은 설탕, 지방, 소금을 절묘하게 결합한 아주 맛있는 식품을 만들어 엄청난 수익을 올릴 뿐 아니라, 사람들의 뇌를 재구성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식품을 더 많이 찾게 하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아주 맛있는 음식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뇌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계속 자극을 찾게 된다고 한다. 음식을 향한 강렬한 충동과 그로 인해 생기는 행동을 저자는 '조건반사 과잉 섭취'라고 부른다. 조건반사 과잉 섭취는 습관성 도박이나 약물 남용처럼 보상이 관련된 자극-반응 장애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며, 비만과 서로 관련 있다. 게다가 음식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너무 쉽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저자는 과식을 조장하는 문화라고 부른다. 사무실에서나 회의를 할 때도 간식을 먹는 문화가 확산되었고, 간식을 먹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간식을 먹는다고 해서 식사량을 줄이지도 않는다.

오늘날 미국의 식품산업은 '저항할 수 없는 맛'을 창조하고 있으며, 세계의 요리를 미국화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레스토랑이 세계 곳곳에 뻗어나가는 것은 세계인의 입맛을 미국이 장악해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습관을 바꾸고, 계획해서 먹는 등 과식을 하지 않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한다. 저자는 말한다.

"도처에 음식이 있고, 1인분의 양이 많아지고, 마케팅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언제 어디에서든 먹는 것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기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진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조건반사 과잉 섭취를 한다. 이런 유행병이 퍼지도록 내버려둔 것은 바로 우리다. 그리고 그 유행병을 없앨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도 바로 우리다…미래에는 새로운 사회적 규범과 사회적 가치가 나타날 것이고, 적은 양의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으로 생각될 것이다."

비만은 우리 사회에서도 중요한 문제가 된지 오래다. 저자는 우리의 식욕마저도 거대 식품산업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는 무서운 진실을 알려준다.

수성구립 용학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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