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과 마흔사이 인생병법/노병천 지음/청림출판 펴냄
미국 필라델피아의 빈민가에서 4회전 복서로 근근이 살아가던 한 청년이 있다. 어느 날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 무명 복서의 도전을 받는 이벤트를 연다. 15회 동안 챔피언의 주먹을 버텨내면 되는 게임. 결과는 판정패였지만 청년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된다.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한 무명 복서의 실화를 다룬 영화 '록키'의 줄거리다. 하지만 '손자병법'을 지은 손자(孫子)가 록키를 봤다면 혀를 끌끌 찰 일이다. 록키는 승리를 거두지도 못하고 만신창이로 두들겨 맞는 싸움을 벌였기 때문이다. 기원전 279년 로마를 침공했던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도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 당시 피로스는 2만5천 명의 병력과 코끼리 20마리로 로마를 침공해 승리를 거뒀지만 병력의 3분의 1 이상을 잃었다. 이기긴 했지만 처참한 손실을 입은 피로스의 군대는 로마의 역습을 받았고, 회복하기 힘든 피해를 입었다. 손자가 가장 현명한 싸움이라고 했던 '자보이전승'(自保而全勝'스스로 보전하면서 온전한 승리를 거둔다)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서른과 마흔 사이 인생병법'은 인류 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과 동서고금의 전쟁사를 엮어 삶에 적용한 책이다. 책은 손자병법 중 핵심되는 구절을 소개하고 세계사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전쟁을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또 손자병법을 어떻게 하든 전쟁을 막고, 승산을 따지고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서는 화해의 전략으로 읽어낸다. 저자는 '손자병법'의 6천109자 중에서 단 한 글자를 남기라면 다름아닌 '全'(온전할 전)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부전승'(不戰勝)이다. '온전'은 처음 형태 그대로 보존된 상태이며 전쟁의 마지막 목표는 제 것을 다치지 않는 '전'이라는 것이다. 312쪽. 1만5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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